"명절이 되면 느끼는 그 외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그 기분을 저희가 가장 잘 알죠."
명절의 산타들이 24일 작은 명절 선물을 들고 노숙인들을 찾아 나선다. 백설기와 절편, 양말이 선물 봉지에 담긴다. 단출한 구성이지만 현재의 노숙인들에게는 배를 채우고 몸을 따뜻하게 해줄 소중한 명절 선물세트다.
노숙인들을 찾아가는 이들은 '나눔과 베품'이라는 이름의 봉사모임 회원들이다. 자활을 준비하는 노숙인 3명, 쪽방 주민 4명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이들 중 일부는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노숙인으로 명절을 지냈다.
동병상련의 심정에서 시작된 행사였다. 홀로 명절을 보낼 수밖에 없는 노숙인들의 외로움을 달래려는 취지였다. 2018년 취약계층 자활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명절마다 봉사를 해보자고 뜻을 모아 모임을 만들었다.
반월당역에서 노숙 생활을 했다는 김숙자(54) 씨는 "명절마다 얼마나 외로운지 안다. 명절이면 노숙인들의 웅크린 몸은 더 작아진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설과 추석에 노숙인들이 잠자리를 펴는 동대구역과 대구역, 대구도시철도 반월당역을 찾았다. 올해도 설 연휴가 시작되는 24일 120명분의 백설기와 절편, 양말을 들고 노숙인들을 찾아 나선다. 지난해 설과 추석에도 노숙인 한 명씩 눈을 맞추며 떡, 계란, 양말을 전했다.
노숙인들에게 전하는 선물 비용은 파지를 판 돈이나 자활프로그램 참여 일당으로 마련한다. 이는 자활의 의미와 나눔의 의미가 담긴 선물이다. 백설기, 절편, 양말 120명분을 마련하는 데 6개월이 걸린 이유다.
그만큼 보람도 크다. 처음에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놀라던 노숙인들도 두 번째 만남에선 두 팔 벌려 반겼다고 한다. 대구역에서 10년 가까이 노숙한 경험이 있는 신원식(64) 나눔과 베품 회장은 "보이진 않지만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며 했다.
이들은 노랫말을 적은 편지도 설 선물에 함께 담아 전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추석에는 가수 노사연의 '바램' 노랫말을 적어 전했다. '내가 힘들고 외로워질 때 내 얘길 조금만 들어 준다면/어느 날 갑자기 세월의 한복판에 덩그러니 혼자 있진 않겠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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