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에 열린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 있었다. 미술계의 반항아로 불리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메디언'이라는 작품이 12만달러, 우리 돈으로 1억 4천만원에 낙찰되었다. 12만달러의 가치를 지닌 미술품은 과연 어떠할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작품은 액자도 없이 벽면에 닥트 테이프로 떡하니 붙여진 달랑 바나나 한 개였다.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일반적인 바나나는 '코메디언'이라는 작품명으로, 세계 무역을 상징하고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며 고전적인 유머장치를 상징한다고 갤러리 관계자는 말한다.
이렇게 비싼 바나나 작품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다. 행위 예술가인 데이비드 다투나가 관람객들 사이에서 천연덕스럽게 벽으로 다가가 관중들 앞에서 테이프를 떼어내고는 꿀꺽!! 바나나를 먹어버린 것이다. 12만달러가 관람객들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바나나를 먹은 이유에 대해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배가 고팠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내가 먹은 것은 물리적으로는 바나나였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예술의 콘셉트이다"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이후 갤러리에서는 새로운 바나나를 붙여놓았고, 사건 이후 갤러리 관람객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바나나 하나의 가치가 12만달러로 매겨지고, 12만달러의 바나나를 먹는 행위를 예술로 평가하며, 바나나를 먹어버린 행위에 무덤덤한 갤러리의 반응 등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화제를 몰고 온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과 가치 기준을 가지고 있기에 예술작품을 대하는 취향과 방식도 다르기 마련이다. 더구나 시대나 상황에 따라서도 가치가 변하기 때문에 예술작품을 평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해진 기준도 없고, 감상자와 비평가들의 의견도 다양한 예술작품의 가치는 어떻게 매겨질까? 멜빈 레이더와 버트럼 제섭은 미술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아름다움, 독창성, 형식적 통합, 그리고 기억할 만한 경험'의 네 가지로 제시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창성이다. 동일한 사물, 현상 등에 대해서도 작가의 상상력에 따라 독창적인 새로운 예술작품이 탄생한다.
우리는 예술작품에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작품에 대한 작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즐거움을 느끼고 영감을 받기도 한다. 예술작품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감성을 말랑말랑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생각의 영역을 확장시켜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예술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각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매겨질 것이다.
12만달러 바나나의 가치도 작품의 가치를 매기는 데 있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예술은 어렵다고 생각되지만 나만의 기준을 정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예술을 마음껏 즐기면 되는 것이다.
괴테는 이렇게 말한다.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고, 우리의 영혼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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