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지감(知人之鑑). 나 아닌 남을 알아보는 감식력은 웬만한 삶의 내공이 쌓여지지 않으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지혜가 아니다. 역사와 경전 속 영웅들도 초인적 결단과 행동을 통해 우리의 심금을 울리지만 이 또한 문자를 통한 간접적인 소통인 까닭에 영웅들의 온전한 심리와 인간으로서의 갈등 등을 이해하기에 역부족일 때가 많다. 그래서 필요한 게 해석의 지평을 넓혀나갈 인문학적 상상력이다. 신설 코너 '성서 속 인물'은 말 그대로 성서에 등장하는 인물을 골라 그들의 삶과 믿음을 현대적 의미로 비추어 보아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곱씹어보려는 '인물탐구'이다. 이를 위해 성경을 중심으로 '에니어그램으로 보는 성서 인물 이야기' '성서 인물에게서 듣다' '뒤집어보는 성서인물' 등의 책을 참고하고 있다.

586세대라면 찰턴 헤스턴 주연의 영화 '십계'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영화에서 모세가 보인 기적과 홍해가 갈라지는 마지막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모세란 이름은 콥틱어 어원에 따르면 모(Mo)는 '물', 세(uses)는 '건져 올렸다'는 뜻으로 "마침 파라오의 딸 비디아가 목욕을 하려고 강으로 내려갔다가 갈대 상자 속의 아기를 발견하고 불쌍히 여겨 그를 데려다가 양자로 삼았다"는 성서의 출애급기 내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집트 궁정에서 왕자의 신분으로 호의호식하던 모세는 40세가 됐을 때 왕궁 밖으로 나갔다가 히브리 동족들이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매 맞는 것을 보자 격정에 못 이겨 이집트 십장을 죽이고 암매장한다. 이 일로 그는 파라오의 추적을 피해 미디안 땅으로 도망하게 된다.
한순간 평정이라는 덕목을 잃은 모세는 졸지에 도망자 신세로 전락, 미디안 광야에서 양떼를 키우는 목자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던 중 불타지 않는 떨기나무에서 '히브리 민족을 구해내라'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소명감과 동시에 갈등과 불안을 느끼게 된다.

무릇 소명감이 클수록 갈등과 불안의 크기도 비례한다는 건 심리의 양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게 개인적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 소명의식에 무게중심을 두면 영웅이 되고, 불안에 사로잡히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거나 평범한 삶을 살게 된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마주하게 되는 '선택의 순간'은 그래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소한 일이라면 약간의 망설임과 고민이면 해결되지만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면 선택이 쉽지 않다. 이때 바른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자각'이다.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한 모세는 파라오를 찾은 후 노예근성에 찌든 히브리 민족을 이집트로부터 건져내 40년간 가나안 땅을 찾아 헤매게 된다. 하지만 민족 지도자로서 자각의 길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복지(福地)를 약속하며 나선 방랑의 세월은 히브리 동족들의 또 다른 우상숭배와 원망, 불만과 반란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흔히들 '깨어있는 삶'을 이야기하지만 삶의 관성은 언제나 그것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인문학적 답을 구태여 구하자면 '격정-도망-자각-지도자의 길'이라는 모세의 삶에서 제일 중요한 모티브가 하느님의 말씀을 통한 '자각'이라는 것이다.
자각은 삶의 일대사 커다란 변화와 영혼의 울림이 서로 공명하지 않으면 깊게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삶이 점차 팍팍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욕을 버리고 진정 국민을 위한 헌신적 봉사를 자각한 지도자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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