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코호트 격리

지난 21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폐쇄된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격리된 관계자가 창문을 통해 가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폐쇄된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격리된 관계자가 창문을 통해 가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감염자가 발생한 의료 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가 이번 사태 들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내려졌다. '코호트 격리'(Cohort Isolation)다. 이는 질병이 퍼지는 것을 막고자 특정 질환에 함께 노출된 사람을 동일 집단으로 묶어 격리하는 것을 말한다.

'동일 집단' '지지자'의 뜻을 가진 코호트는 사회학에서 같은 특색이나 행동 양식을 공유하는 그룹을 의미한다. 코호트는 고대 로마 군대의 기본 편제인 라틴어 '코호스'(Cohors)에서 파생됐는데 360~800명(통상 500명)으로 구성된 코호스는 오늘날 대대(Battalion) 규모다. 의학에서 코호트는 특정 공간에 있는 특정 질병 감염자나 의료진 모두를 외부와 물리적으로 단절시키고 질병 확산을 막는 것을 말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전염병이 돌면 발병 도시나 지역을 봉쇄하는 방역 전략을 썼다. 특히 14세기 중엽 페스트가 창궐하자 베니스와 제노아, 라구사 등 이태리 항구마다 페스트 유행 지역에서 온 모든 선박의 입항과 하선을 한 달간 금지하고 선상 격리했다. 이 기간이 점차 40일로 늘었는데 영어에서 검역이라는 뜻의 '쿼런틴'(Quarantine)이 된 것이다. 라틴어로 '40'을 뜻하는 '콰드라긴타'(Quadraginta)가 어원이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선 청도 대남병원을 코호트 격리했다. 환자는 물론 병원 내외부 의료진도 함께 병동에 격리됐다. 대구에 왔다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된 육군 사병의 확진 결과가 나오자 국방부도 22일 소속 부대 전체를 코호트 격리 조치했다. 앞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감염자가 대량 발생한 대전 을지대병원과 대청병원 등이 코호트 격리된 사례가 있다.

우리 속담에 '병은 알려야 낫는다'고 했다. 주변 사람에게서 유익한 정보를 모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어서다. 감염병에서도 발병 사실을 외부에 널리 알리면 그만큼 경계의 강도가 커진다. 그런데 병은 제대로 알리지 않고 누구 때문에 병이 커졌느니 입만 살아있다면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 병은 보지 않고 근거없이 대구경북을 헐뜯는 일부 미디어와 타 지역민의 행태는 몹쓸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나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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