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권력 관계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다.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권력을 선점하려는 행위이거나 쟁취한 권력으로 만든 위계에 바탕을 둔다. 사람들은 권력을 차지하려고 애쓴다. 권력을 쥔 자는 그 힘을 이용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욕망을 이룬다. 일단 권력을 가져야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권력을 차지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권력을 정치와 연관 지어 생각한다. 권력 관계의 정점은 정치에서 발현된다.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 최고의 방법도 정치에서 찾을 수 있다.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저술된 '군주론'이 지금까지 정치학과 자기계발의 고전으로 읽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유럽에 군주론이 있다면 동아시아에는 '나직경(羅織經)'이 있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모략서로 유명하다.
나직경은 측천무후의 신하 내준신이 지었다는 기록만 남았을 뿐 실제 책 내용은 전해 내려오지 않았으나 중국의 고전 전문가인 지은이가 우연히 발견해 세상에 널리 알렸다.
책은 나직경을 현대 감각에 맞게 새로 번역하고 풀이했으며 당 태종부터 청나라 옹정제 치세까지 중국의 고사를 덧붙여 재구성했다.
권력을 다루는 법, 전략을 세우는 법, 간신을 찾아내는 법, 아랫사람 다스리는 법, 심문하는 법, 상대를 죄로 엮는 법 등 모두 12개의 '비책'을 각각의 장으로 다룬다.
'권력은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백성을 무지몽매하게 만드는 데서 권력자의 총명함을 알 수 있다', '이익이 가장 중요한 법이니 선량하게 행동하는 것은 오직 어리석은 사람뿐이다'와 같이 마키아벨리보다 800년이나 앞서 냉철한 현실정치의 원리를 설파했다.
'비밀스러운 일에는 다른 사람을 참여시키지 말고 계략에 참여한 사람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굴종시킬 수 없는데 재능이 출중하다면 죽여야 한다', '사람의 신체는 같아서 두려워하는 처벌도 같은데 그중 가장 두려워하는 방법으로 고문하면 굴복할 수밖에 없다', '형벌로는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모함으로는 무슨 일이든 성사시킬 수 있다' 등 비도덕적이고 사악한 정치기술로 가득하다.
시대배경이 다른 군주론과는 비슷한 주제와 어조를 공유하고 있다. 책이 제시하는 여러 모략의 예시는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태종 이방원은 난세에 인재를 모아 정적을 없애고 왕자의 난을 일으켰으며, 권력을 잡은 후에는 불안한 왕권을 다지기 위해 자신의 정적과 외척은 물론이고 아들은 세종의 장인까지 죽여 후환을 없앴다. 수많은 주변 세력 중에서 정치적 욕심이 많은 자를 정적으로 가려냈고, 적을 없앨 때에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또 양위를 왕권 강화 수단으로 활용해 신하와 왕 사이의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빼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지은이는 "정신건강에 해로운 내용이 있어 독자 스스로 잘 걸러보기를 바란다"면서 "독자들이 계략을 꿰뚫어 보고 간계와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 유익한 것을 취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493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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