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서 달려온 공보의 200명 "4시간밖에 못 자요"

김형갑 공보의협의회장 "시간 감각 잃어버린 채 진료 매진"
대부분 검체 채취 업무 맡아…식사는 각자 따로 위생 철저

김형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이수현 기자
김형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이수현 기자

"대구에 온 지 아직 2주도 안 지났나요? 1년은 훌쩍 넘은 느낌입니다."

지난 6일 오후 6시 30분쯤 대구 수성구보건소에서 만난 김형갑(29)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시간 감각을 통째로 잃어버린 채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24시간 쉴 틈 없이 일을 하느라 요일을 가늠할 여력도 없다고 했다.

전남 광양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근무하는 그는 지난달 26일 대구에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대구로 달려왔다. 부모님의 만류가 컸지만, 의사로서의 소명이 그의 발걸음을 움직였다. 김 회장이 대구로 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20, 30대 공보의 200여 명이 대구 파견을 자원했다.

대구에 온 공보의들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간다. 이들은 3시간마다 교대로 근무를 서는데 병원이나 자택, 선별진료소, 드라이브 스루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일을 주로 맡는다. 김 회장은 "보건소에 환자가 밀릴 때는 5분에 1명 꼴로 혼자 검체 채취를 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때는 환자와 마주 앉아 검체를 체취할 때다. 그는 "선별진료소에 온 5살짜리 아이가 겁이 났던지 콧물까지 흘리며 우는 바람에 비말에 노출될 뻔한 적이 있다"고 떠올렸다.

답답한 보호구를 입고 매 순간 진료에 집중해야 해 업무 강도도 높은 편이다. 늘 긴장한 상태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N95 마스크, 페이스가드까지 착용하면 온몸의 숨통이 조여 온다.

공보의들은 일상 사소한 부분에서도 위생 수칙에 신경 써야 한다. 공보의 중 감염자가 나오면 안 되니 무조건 식사는 따로 한다. 몸 단장할 시간도 없다는 김 회장은 수염이 덥수룩한 상태였다.

그는 "수염을 손질할 시간 10분도 없다. 그 시간에 잠을 더 자는 게 낫다.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4시간 정도"라고 했다.

김 회장은 지난 2일 그간의 노하우를 모아 코로나19 현장에 파견될 신규 공보의들을 위한 안내서를 제작했다. A4 36장 분량인 '레벨D 착탈의 및 검체 채취 안내'라는 제목의 안내서에는 ▷N95마스크 착용법 ▷레벨D 방호복 착용법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코로나19로 대구시민들이 상처를 받지 않았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김 회장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다 보면 상황이 나아지리라 믿는다"며 "공보의들도 의료 현장에서 힘이 닿는 대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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