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민들 공원으로 산으로… "걱정되지만 일상 찾아야"

도심 공원 산책·대중교통 이용 조금씩 늘어
감염률 높고 치사율 낮지만…"이달 말까지 최대한 자제를"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이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는 가운데 12일 오후 대구 수성못에 모임을 취소하고, 홀로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이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는 가운데 12일 오후 대구 수성못에 모임을 취소하고, 홀로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주말 팔공산에 차량 정체가 돌아왔다.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달성군 송해공원 등 도심 공원과 야산에는 산책나온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 대구경북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지 한 달이 가까워지면서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객도 늘어나는 등 조금씩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은 반드시 극복해야할 대상이라 보고 있지만, 세계적인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일상으로 복귀가 시기상조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이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는 가운데 12일 오후 대구 수성못에 모임을 취소하고, 홀로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이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는 가운데 12일 오후 대구 수성못에 모임을 취소하고, 홀로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공원으로, 산으로 늘어나는 시민들의 발걸음

12일 오전 대구 북구 신천둔치 산책로와 동구 동촌둘레길에는 많은 시민들이 햇살을 쬐러 나와 있었다. 산책로의 운동기구를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반려동물과 함께 길을 걷는 등 오랜만의 외출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날 풍경은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덕분이었지만 코로나19의 현실을 알려주듯 시민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신천 둔치에서 만난 김영환(71·북구 침산동) 씨는 "매일 산책을 하다가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는 통 나오질 못했는데 좀이 쑤셔 도저히 못 견디고 최근 나오기 시작했다"며 "지난 주까지만 해도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주부터는 꽤나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달서구 두류공원도 산책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중년의 부부와 젊은 연인,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 등 남녀노소가 산책을 즐겼다. 두류공원 매점 관계자는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며칠 전부터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걱정은 되는데 그만큼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큰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선별진료소를 찾는 시민 숫자도 줄고 있다. 대구시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관계자는 "이달 첫째 주에 선별진료소를 찾은 인원은 하루 평균 300명 정도였는데 7일 260여 명으로 떨어지더니 이번 주 들어서는 180여 명으로 더 줄었다"고 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 극복해야"

확진자 증가 추세가 주춤하는 등 일상 복귀에 긍정적인 신호들이 감지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2일 오전 기준 코로나19로 사망한 66명에 관한 질병관리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가 54명(81.8%)이었고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는 12명(18.2%)이었다. 나이대로는 60대 이상이 71.2%(47명)을 차지했다.

기저질환 유무와 확진 시기에 따른 사망자 분포는 사전에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59명(89.4%), 사후에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7명(10.6%)으로 대부분 방역 체계 안에서 선별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감염력은 낮지만 치사율이 높은 메르스 때의 기준으로 정반대 양상을 보이는 코로나19에 대응하다 보니 여러 부작용이 속출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증 환자도 음압병상에 입원시키면서 중증환자를 돌볼 병상 부족 사태를 초래했던 초기 대처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구지역 확진자 감소세를 두고 지역 내에 집단면역체계가 형성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른바 무증상 감염자들이 자기도 모른 사이에 치유가 되면서 면역체계를 갖추게 됐고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서 감염 경로가 차단됐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방역당국이 유증상자를 조기에 격리시킨 것도 항체 형성에 도움을 줬을 거라는 분석이다.

송정흡 칠곡경북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초기는 코로나19에 대해 잘 몰라 과도하게 대응했던 면이 많았다. 실제로 겪어보면 그렇게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이어져온 사회적 격리로 감염의 고리가 끊어졌고 자기도 모르게 감염됐던 무증상 감염자가 자가치유하면서 집단적인 면역체계가 일부 형성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새로운 집단 감염 언제 어디서 생길지 몰라" 경고

그러나 일상 복귀를 희망하는 시민들의 바람에 대해 의료계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 추세이긴 하나 콜센터나 요양원 등 새로운 집단감염이 언제, 어디서 생길지 알 수 없는 데다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선 이탈리아 등 전세계가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접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상복귀를 시기상조라고 보는 의료계는 자가격리 중인 확진자가 모두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옮겨진 뒤에야 일상복귀를 가늠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이 모두 격리되고 그 가족들이 2주간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야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대구시가 관리 중인 자가격리 확진자는 모두 892명이다.

대구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조금 일찍 일상으로 돌아가려다 자칫 사태가 더욱 길어질 수 있다"며 "정부도 이제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일상으로 '안전하게' 돌아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는 감염을 피하기보다는 병을 인지했을 때 상태에 따라 빨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만 어려워진 지역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일상 복귀를 조금씩 고려하되 종교집회 등 다수가 모이는 행사는 이달 말까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은 "국내 다른 도시에서도 감염이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무증상 감염자로 인한 전파도 있으므로 아직 일상 복귀 얘기를 하긴 조심스럽다"며 "일상 복귀가 불가피하다면 최대한 조금씩, 조심히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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