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인격자가 될 것 같아요. 한 달째 육아와 집안일에 매달리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이나 기분이 좋다 나빴다 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엄마와 할머니들의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 주부들은 자녀와 24시간 밀착해 있는 탓에 육아 스트레스가 커지고, 맞벌이는 온종일 집에 있을 자녀 걱정에다 퇴근 후 집안일에 육체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이들을 대신해 아이를 돌보는 할머니들도 허리 펼 시간이 없는 상황이다.
4살 딸을 둔 대구 동구 봉무동의 주부 A(34) 씨는 한 달째 딸과 집에서 지내고 있다. 매일 하루 세 끼 식사와 놀이를 챙겨야 하다 보니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딸이 똑같은 음식을 질려 하는 탓에 매번 다른 음식을 만들지만 이제 한계가 온다. 지출도 많아졌다. 층간 소음 걱정에 매트를 구매했고, 휴대전화를 찾는 아이와 놀아주려 새로운 장난감도 샀다. A씨는 "밥을 먹이고 놀아주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끝난다.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다"고 했다.
정신과를 찾는 주부도 생겼다. 경산 백천동에서 4살과 5살 두 딸을 키우는 B(44) 씨는 얼마 전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혼자만의 시간이 없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성격이 예민해졌고, 별거 아닌 일에도 아이를 혼내는 일이 잦아진 탓이다. B씨는 '엄마의 정신이 피폐해지면 자녀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며 오히려 자녀를 대충 돌봐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막상 실천은 어려운 상황이다.
맞벌이 부모들은 자녀의 생활과 끼니 걱정에 한숨이 늘었다. 대구에서 청도로 출퇴근하는 워킹맘 C(39) 씨는 "초등학생 남매를 위해 아침마다 먹을거리를 장만하기 바쁘다. 반복되는 생활에 피로가 쌓여 인스턴트 제품으로 때울 때가 잦다. 마치 죄인이 된 기분이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 손자 손녀를 돌보는 조부모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대구 서구 평리동의 D(66) 씨는 입이 짧은 손녀가 밥을 잘 먹지 않아 매일 애가 탄다고 했다. 종일 휴대전화만 쳐다보는 손녀와 나누는 대화도 없어 지루함은 배가 된다. D씨는 "자식들은 내가 걱정돼 밥만 챙겨주고 가면 된다고 하지만 퇴근하고 오면 얼마나 피곤할까는 생각에 집안일도 거든다"며 "매일 밤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잔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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