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천안함 폭침, 누구 소행인가 말해 달라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분향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유가족이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분향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유가족이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은 서해 수호의 날이었다. 이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전'으로 희생된 국군 55 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천안함 피격(2010년 3월 26일 금요일)은 우리 군의 희생이 가장 컸다. 북한의 의도된 기습 도발로 많은 장병이 희생된 만큼 천안함 폭침은 아무리 기려도 지나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건 대통령 당선 이후든 그동안 기념식에 참석한 적이 없다가 올해 처음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대통령을 향해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가 "이게 누구 소행인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청한 것은 그동안 맺힌 한의 발로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 번도 공식 석상에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의 기념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유족을 위로했지만 정작 유족들이 듣고 싶어하는 북한의 도발 책임에 대해서는 거론도 않았다. "남북 간 군사 합의로 서해 바다에서 적대적 군사행동을 중지했다"고 강조했지만 '북한'이란 단어조차 꺼내지 않았다. '애국심이야말로 가장 튼튼한 안보'라면서도 진정 애국한 이들의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줄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렇다 보니 아직 일부에서는 천안함 사태는 진행형이다. 참여연대의 평화군축센터는 천안함 10주기를 맞아 논평을 내며 천안함 폭침을 '침몰'이라 지칭했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에 의한 폭침'은 절대적 신앙으로 강요됐다"고 논평했다. "한마디로 천안함 사건은 여전히 논란이 진행 중인 미제사건"이라는 것이다.

천안함 폭침은 서해 백령도 부근에서 우리 해군 초계함이 북한 연어급 잠수함의 어뢰에 의해 격침됐다는 것이 팩트다. 우리 장병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사건 후 정부는 원인 규명을 위해 5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꾸려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임을 공식 발표했다. 그래서 천안함 폭침에 대한 정부 공식 입장은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누구 소행인지 말해 달라'는 요청에 문 대통령은 '정부 공식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정부 공식 입장이 '북한 소행'이라면 '북한에 책임이 있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니 유족의 한도 풀리지 않고, 대통령의 애국심 강조도 공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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