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계 형편이…" 저소득 가정 아이들 학습권 보장될까?

온라인 원격 수업 앞둔 저소득층 학부모 “더 불편“
'엘사' 등 차별 용어에 상처받아 거주지 노출 꺼려
컴퓨터 등 디지털 환경 차이도 문제

"수업할 때마다 책상 위치를 바꾸든지 해야지 별 수 없어요."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A(36) 씨는 교육부의 쌍방향 원격 수업으로 가난한 가계 형편이 다른 아이들에게 드러날까 한걱정이다. 아이 책상 뒤에 벽지는 누렇게 변했고, 바로 옆은 다용도실이어서 집안 살림이 적나라하게 노출돼서다. A씨는 "같은 반 아이들끼리 화상으로 서로 볼까 걱정"이라며 "어쩔 수 없이 책상을 새로 구입하고 집에서 제일 괜찮은 벽면을 찾아 배치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저소득층 학부모 A(36) 씨는 원격 강좌로 어려운 집안 형편이 다른 아이들에게 드러나게 될까 걱정이다. A씨가 책상을 새로 구입한 뒤 집에서 가장 괜찮은 벽면을 찾아 배치한 모습. A씨 제공
저소득층 학부모 A(36) 씨는 원격 강좌로 어려운 집안 형편이 다른 아이들에게 드러나게 될까 걱정이다. A씨가 책상을 새로 구입한 뒤 집에서 가장 괜찮은 벽면을 찾아 배치한 모습. A씨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9일부터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서 저소득층 학부모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공개 화상 수업을 통해 어려운 가정환경이 노출될 수 있고 컴퓨터 보급률도 낮아 학습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학부모들은 원격 수업 중 의도치 않게 노출되는 집안 모습이 아이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까 불안해하고 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주거 차별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와 '거지' 혹은 '그곳에 사는 사람'을 합성한 '엘거'와 '엘사'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이들에겐 불편하다.

달서구의 한 임대주택에 사는 B(48) 씨는 "최근 신조어 때문에라도 사는 모습을 되도록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하고 싶지 않다"며 "아이에게는 되도록 녹화된 강의만 듣게 하고 싶다"고 했다.

초등학교 교사 C(27) 씨는 "차별에 대한 우려로 주거지를 묻지 않는 분위기지만 온라인 개학으로 화상 수업이 진행되면 자칫 사는 형편이 노출돼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자녀의 디지털 빈부격차는 온라인 강의의 또 다른 문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저소득 가구의 컴퓨터 보유율은 66.7%로 국민 전체 평균 83.2%보다 낮았다.

대구가정복지회 관계자는 "저소득층의 경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화상 수업은 데스크톱 컴퓨터 등 화면이 큰 걸로 해야 효율적인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부모의 스마트폰 등 화면이 작은 기기를 사용하는 가구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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