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7살 때 해변에서 화석 하나를 발견했어. 아버진 날 아주 자랑스러워하셨지. 적어도…… 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아버지가 만든 가짜 화석이었어. 아버지는 '순진무구한 아이가' 발견하면 더 설득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내가 찾을 수 있게 그 화석을 거기 놔둔 거야."
14살 소녀 페이스 선더리는 오랫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한다. 페이스가 화석을 발견한 그 해 아버지 선더리 목사는 학계를 떠들썩하게 하며 명예를 얻었다. 그러나 존경받는 자연과학자가 사실은 화석 개조자라는 스캔들이 터진다. 하루아침에 사기꾼이 된 아버지가 가족을 데리고 도망친 곳이 베인 섬이다. 그런데 섬에 온 지 몇 일만에 선더리 목사는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이 책 『거짓말을 먹는 나무』는 페이스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이다. 영국 작가 프랜시스 하딩은 14살의 소녀가 혼자 살인자의 흔적을 찾는 과정에서 겪는 심리를 속삭이듯 들려준다. 아버지와 살인자에게 죽음의 대가를 부른 '거짓말을 먹는 나무'를 발견한 뒤부터 페이스에게 나무가 속삭이는 것처럼. 만약 네가 가려진 진실을 얻고 싶다면 거짓말을 먹여달라며 계속 페이스를 끌어당긴다.
거짓말을 속삭이자 나무는 동굴을 울창한 숲으로 만들었다. 거짓말을 먹이면 거짓말은 불처럼 번졌고 홀로 생명력을 키워나갔다. 대가로 진실을 보여주는 환상을 보여주는 열매를 줄 때까지. 마침내 열매가 아버지가 살해되는 환상을 보여주자 페이스는 살인자를 추리해 나간다. 길고 복잡했지만 과학과 판타지가 잘 얽힌 탄탄한 미로를 따라가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페이스가 거짓말을 선택해 나무에게 먹이면 마을 사람들이 욕망에 사로잡혀 서로를 파괴시키는 장면은 마치 바이러스가 번져가는 것 같았다. 사람들 사이에 믿음과 정의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작가가 슬쩍 던져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을 여기저기 뿌려두었다.
"거짓말은 불과 같다는 걸 페이스는 알게 됐다. 처음에는 보살피고 연료도 줘야 하지만 아주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해야 한다. 살짝 부드럽게 부쳐주면 (중략) 더 이상 연료를 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 거짓말은 더 이상 내가 처음에 퍼뜨린 거짓말이 아니게 된다. 그 거짓말은 나름의 생명력과 형태를 가지고 홀로 커져가면서 아무도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
휴지대란이 올 것이라는 가짜 뉴스가 세계로 번져나가는 속도에 놀랐고, 또 우리가 얼마나 거짓에 잘 속아왔는지 깨달았다. 누군가 정보를 제한하거나 숨길 때, 특히 그 누군가가 힘을 가졌을 때 한 사회가 어떻게 붕괴되어 가는지도.
그럼에도 봄, 모두에게 낯선 봄이다. 코로나19가 덮친 이후로 생활 궤도가 달라졌음이다. 할 수 없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이 많아졌고, 생계와 관련된 활동을 멈춘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 쪽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조금만 더 참고 4월 말에 시작하는 황금연휴를 무사히 지나가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후자에 힘을 더 실어주고 마음이 많이 모이면 좋으리라.
4월이 시작되고 온라인 개학이 시행되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있다. 새로운 궤도에 적응하는 속도가 놀랍다. 이 놀랍고 씩씩한 아이들에게 조금 다른 거짓말을 들려주고 싶은 부모님께 이 책을 권한다.
서미지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
한문희 코레일 사장, 청도 열차사고 책임지고 사의 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