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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탐관오리와 뒷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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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2001년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가 과거 1천 년간 전 세계 가장 부유한 50인을 뽑았는데 의외의 인물이 선정됐다. 중국 청(淸)의 권신인 화신(和珅)이었다. 그는 18세기 전 세계 가장 큰 부자였다. 그의 집에서 압수한 백은(白銀)이 8억 냥에 달했는데 당시 청의 일 년 세수가 7천만~8천만 냥에 불과했다. 국고를 빼돌리고 매관매직을 일삼아 긁어모은 그의 재산이 20년치 국가 세입에 맞먹을 정도였다. 작년 우리나라 세입이 400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그가 축적한 재산이 상상을 초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롭게도 화신은 처음엔 뇌물을 주어도 거절하는 청렴한 관리로 명성이 높았다. 그의 아들과 황제인 건륭제(乾隆帝)의 딸이 결혼하는 등 권세가 하늘을 찌르면서 탐관오리(貪官汚吏)의 길을 본격적으로 걸었다. 뇌물을 받은 것은 물론 드러내 놓고 횡령하거나 대낮에 빼앗기도 했다. 황제에게 진상된 지방 관리들의 상납품까지 가로챘다.

탐관오리의 화신(化身)으로 꼽히는 화신이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건륭제라는 '뒷배'를 둔 덕분이었다. 화신 한 사람 때문에 최강 제국인 청이 기울었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이 아닌 '경국지-탐관오리'였던 셈이다.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하며 탐관오리를 거론했다. 검찰은 "유 씨가 직무 관련자들에게 금품을 수수했고 특히 청와대 감찰 이후 재차 고위직인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옮기고도 자중하기는커녕 계속 이전과 같은 행태를 보였다"며 "전형적인 탐관오리의 모습"이라고 했다. 21세기 대한민국 법정에서 탐관오리라는 사서(史書)에 나오는 단어가 등장한 것이 시선을 끈다.

유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친노·친문 핵심들과도 인연을 맺었다. 그가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불렀다는 것은 금융권·관가에 널리 퍼진 소문이다. 유 씨에게 든든한 뒷배가 없었다면 탐관오리 소리를 듣는 신세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을 뒷배로 해 잇속을 채우는 탐관오리가 유 씨 한 명뿐일까. 탐관오리 탓에 나라가 기울기까지 했는데 또 다른 탐관오리들이 없는지 문재인 정권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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