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인 비대위' 무산→가결→거부…웃음거리 된 통합당

미래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임명안이 28일 곡절 끝에 가결됐다. 다만 앞서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개최되지 않으면서 비대위원장 임기 제한을 없애는 당헌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해 사실상 '무기한 전권'을 요구해온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통합당은 이날 서울 63빌딩에서 재적위원 639명 중 323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위원회를 열어 177명 찬성으로 김 위원장 임명안을 통과시켰다. 반대는 80명이었다. 전체 위원의 27.6%, 재석 위원의 54.7%만이 '김종인 비대위'를 찬성한 셈이다. 심재철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이날 전국위를 통과한 임명안을 결재하면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

이에 김종인 내정자는 측근인 최명길 전 의원을 통해 "오늘 통합당 전국위에서 이뤄진 결정을 비대위원장 추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인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 시작이 지연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인 미래통합당 제1차 전국위원회 시작이 지연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당은 이에 앞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 개정안을 발의, 이를 전국위에서 의결하려 했다. 하지만 정원 45명 중 과반에 못 미치는 17명만 참석해 상임전국위 자체가 불발됐다. 개회 예정 시각인 오후 2시였지만 2분까지 고작 두 명만 자리했으며, 5분쯤 윤재옥(대구 달서을)·김성원·김학용·이양수·김세연·김성태(비례) 의원 등이 입장했을 정도였다.

개회 예정 시간에서 30분이 되도록 12명만 참석하는 지경에 이르자 40분쯤 정우택 상임전국위 의장이 연단에 올라 "여러 가지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오늘 제1차 상임전국위는 개최하지 않는 것으로 선언한다"고 했다.

당헌 개정안은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 오는 8월 31일 전당대회를 열도록 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을 담았다. 통합당은 지난 2월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이 합치면서 차기 전당대회를 8월 31일까지 열어 새 지도부를 꾸리는 내용을 당헌 부칙에 뒀다. 이날 당헌 개정 무산으로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임기는 약 4개월에 그친다.

미래통합당 경북지역 초선 당선인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총선 당선자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경북지역 초선 당선인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1대 총선 당선자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반쪽짜리' 비대위 추인은 이날 오전부터 일정 수준 감지됐다. 통합당의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84명 중 78명이 국회에 모여 3시간에 걸친 격론을 펼친 것. 특히 당 지도부가 '김종인 비대위'로 전환하기로 한 것을 놓고 절차상 문제 제기와 함께 '비대위 전환이 아닌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이견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

곽상도 의원(대구 중남)은 "난상토론, 격론이 펼쳐졌다"고 전했다.

김태흠 의원은 총회 중간 기자들과 만나 "필요하다면 전국위를 미루고 당선인 총회에서 가능한 모든 부분을 결정하자고 말했다"며 "심 권한대행은 국회 일만 하는 것이 좋겠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장제원 의원도 "중진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으로 가자는 것이었고, 젊은 분들은 '안된다, 당선인 총회에 전권을 맡겨서 밤새더라도 의논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비대위 추인을 강행하면 시끄러울 것 같다"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한 참석자는 "18명 정도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의견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 목소리가 더 컸다"며 "찬반 양측 입장이 강하게 부딪히다 보니 반대 측에서는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 가서 부결시키자'는 입장을 비추는 분도 있었다"고 했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래통합당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원 부족으로 열리지 못하자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래통합당 제1차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원 부족으로 열리지 못하자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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