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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 미래 걸린 대규모 국책사업, 정권의 ‘공깃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해관계 대립으로 미뤄진 대규모 국책 사업도 신속한 추진으로 위기 국면에서 경제 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어떤 국책 사업인지에 대해 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해관계 대립' 등을 들어 동남권 신공항이나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사업을 '뉴딜'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두 사업은 대구경북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지역민으로서는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동남권 신공항은 박근혜 정부에서 백지화됐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부산·경남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반발로 김해공항 확장은 국무총리실 검증 절차를 밟고 있다. 방사광 가속기 사업은 포항 등 전국 지자체들이 유치 경쟁 중이다.

문 대통령 발언이 동남권 신공항·방사광 가속기로 연결되는 등 억측을 낳는 것부터 문제다. 대통령 발언을 허투루 흘려들을 수 없는 것은 두 사업에 대해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신공항 문제를 포함해 부산의 여러 현안을 정부와 함께 민주당이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는 "방사광 가속기를 광주·전남에 유치하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 대통령이 어떤 사업을 지칭했는지 청와대와 정부가 명확히 밝혀 논란을 차단해야 한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두 사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부산·울산·경남에서는 패했다. 여기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까지 터졌다. 2년 후 있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부·울·경 민심을 잡기 위해 정권이 동남권 신공항 카드를 들고나올 우려가 다분하다. 호남을 계속 붙잡으려고 방사광 가속기를 안겨줄 가능성도 있다. 국가 백년대계가 달린 국책 사업을 정권이 주머니 속의 공깃돌로 여기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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