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원 위상' 법사위원장, 여야 "양보 못해" 기싸움

체계·자구 심사 권한 정쟁수단으로 악용한 사례 많아
17대 국회 이후 원내 제1당 독주 방지 위해 제2당이 맡아
거대 여당 법사위원장 차지하거나 법사위 힘 빼기 시도
야당 최소한의 제1당 견제장치 필요 주장

김태년(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김태년(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오는 30일 제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등장했다. 여야 가운데 어느 정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느냐, 현재와 같은 '상원'의 위상을 계속 유지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여당 쪽으로 완전히 기운 운동장에서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확보하려는 야당과 4·15 총선에서 나타난 표심을 원내에서도 관철하려는 여당이 법사위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회에선 18개 상임위원회(상임위)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법사위는 여느 상임위와는 확연히 다른 아주 특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각 상임위를 통과한 모든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반드시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받아야 한다.

체계심사는 법안 내용의 위헌 여부, 다른 관련법과 저촉 여부, 자체조항 간 모순 여부를 정비하는 작업이다. 자구심사는 법규의 정확성, 용어의 적합성과 통일성 등을 살펴보는 과정이다.

법안이 법이 되는 마지막 길목을 지키는 유일한 상임위여서 정치권에선 법사위를 '상원'으로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법사위원장이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에 여야는 4년 주기로 원 구성 협상을 진행할 때마다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를 두고 힘겨루기를 벌여왔다. 다만 지난 2004년 제17대 국회부터는 원내 제1당의 독주견제를 위해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행이 정착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177석의 거대 여당을 이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11일 "(법사위를) 법안 처리를 지체시키는 데 악용하는 악습을 끊을 때가 됐다"는 의중을 밝혀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법사위의 법안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래통합당에선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하지 못하면 법사위의 힘이라도 빼기 위해 사전 포석에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거대 여당의 일방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여당의 행태는 아흔아홉 칸 집을 가진 부자가 백 칸을 채우겠다는 욕심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통합당 일각에선 법사위원장을 지키려다 행정부의 곳간을 견제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여당에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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