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與 알짜 상임위 위주 편식 땐…野 '버티기' 명분 사라져

민주 "상임위 쪼개기 선출 고려" 통합 "역풍 맞을 수도"
여당 단독 개원 밀어붙이기 시동…"강제배정 않겠다 약속해야"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사이다 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사'회적 문제와 '이'슈를 '다'함께 해결하겠다는 의미로 '사이다'를 따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배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 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을 배제한 채 제21대 국회 개원 법정 시한인 5일에 국회의장단 선출을 강행할 태세인 가운데 보수진영 내부에서 "독식보다 편식이 더 큰 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거대여당인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장 모든 자리가 아닌 일부 핵심 상임위원장만 표결해 가져가고서 여론전으로 보수야당에 공세를 펼치면 '외통수'라는 것이다.

현재 통합당은 민주당의 단독 개원 강행을 마땅히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미 민주당은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4개 정당과 함께 188명 명의로 21대 국회 첫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고, 이에 따라 국회사무처는 5일 오전 10시 임시국회 소집을 공고했다. 국회법에는 총선 후 첫 임시회는 의원 임기 개시 7일 후에 열게 돼 있으며, 의장단 선거는 총선 후 첫 집회 때 하게 돼 있다. 통합당은 국회법은 강행 규정이 아니며 관행에 따라 본회의는 교섭단체 합의로 열려야 한다고 맞선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식으로 버티면 18개 상임위원장 모두 표 대결에 부쳐 민주당이 가져가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면서 오는 8일 18개 상임위원장을 한 번에 결정하지 말고, 3~4개씩 쪼개 선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단계적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압박해 통합당이 협상 테이블에 제 발로 나오게 하자는 계산이 깔린 것.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보수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표결 절차를 강행하더라도 의석수 비율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알짜' 상임위를 포함한 11석 정도만 가져가고, 7석가량을 남기는 전략을 쓸 경우 난감한 상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단독 개원을 강행하고 상임위원장도 '독식'하면 '독재'에 맞선다는 명분이 생겨 집권여당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민주당이 '편식'을 하면 부담은 덜고 실리는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통합당은 21대 국회 시작부터 '발목 잡기'만 하고 있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것.

이런 우려에 장제원 통합당 의원은 4일 SNS에 "(국회의장 내정자인) 박병석 의원의 합리적 성품을 믿고 일단 국회 개원을 함께했으면 좋겠다"면서 "민주당도 원 구성 합의 없이 국회의장을 통해 상임위원 강제 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당 입장에서는 법사위를 여당에 내주고 체계·자구 심사권이 폐지되면 상임위원장을 몇 개를 챙기더라도 진 싸움이다. 반대로 민주당은 법안 통과를 막는 걸림돌을 치우고, '포스트 코로나' 대응에 힘이 될 예결위까지 얻으면 모두 가진 셈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통합당 관계자는 "통합당으로써는 매우 곤혹스러운 시나리오이지만,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민주당이 그토록 무자비한 수를 쓸 수 있겠느냐. 그런 수를 쓰는 것이 더욱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제21대 국회 개원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국회 개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래통합당은 상임위원회 구성이 완료된 뒤 개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제21대 국회 개원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국회 개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래통합당은 상임위원회 구성이 완료된 뒤 개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