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코로나 속 17세 고교생 죽음…국가가 나서 진상 밝힐 때

지난 16일 오후 2시쯤 정유엽사망대책위가 청와대 앞에서 진상조사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신중언 기자
지난 16일 오후 2시쯤 정유엽사망대책위가 청와대 앞에서 진상조사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신중언 기자

코로나19가 기승이던 지난 3월 18일 경북 경산의 17세 고교생 정유엽 군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그는 같은 달 13일 병원을 찾아 코로나19 감염으로 의심돼 여러 차례 검사에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치료를 하던 중 불과 5일 만에 결국 숨을 거뒀다. 가족이 '억울한' 죽음으로 보고 진상 규명을 위해 생업도 접었고 주변 사람까지 힘을 모아 행동에 나섰다.

가족과 진상을 밝히려 꾸려진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는 16일 청와대 앞에서 정부와 국민에게 호소했다. 이는 고인(故人)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경황없던 코로나19 사태 속에 일어난 죽음의 진상을 이제라도 밝혀 뒷날의 재발을 막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경산과 대구의 병원을 오가며 코로나19 감염 의심과 다른 원인의 죽음을 맞았으니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의료 공백으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결과일 수 있는 만큼 국가 차원의 규명 요구는 마땅하다.

그가 처음 찾은 경산의 병원은 물론, 이후 옮긴 대구의 병원 그리고 당시 코로나19 사태 업무를 보던 질병관리본부 어느 곳도 정 군의 죽음을 규명하지 않고 있다. 아들을 잃은 가족과 대책위원회가 굳이 청와대 앞을 찾아 대국민 호소로 정부와 국민의 힘에 절규한 일은 이해할 만하다. 가족과 대책위 같은 민간 차원에서 풀 수 없는 난제인 데다 한계도 분명한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같은 예상할 수 없는 감염병의 빈발이 전망되는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런 문제 해결은 정부의 몫이다.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앞으로 어떤 감염병의 기습적인 발생에도 국민 누구도 정 군처럼 삶을 마치는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떤 조치도 정 군의 안타까운 죽음을 대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죽은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은 그나마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 가족과 대책위의 활동을 무위(無爲)로 끝나지 않게 하는 정부의 당연한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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