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시간을 쌓아가는 노력

최보라 DIMF 문화사업팀장

최보라 DIMF 문화사업팀장
최보라 DIMF 문화사업팀장

최근 딤프와 관련된 여러 분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할 기회가 있었다. 딤프가 14살의 청소년이 되기까지 지켜봐주시고 지지해주신 분들, 딤프와 함께 꿈을 찾고 커리어를 쌓아 가신 분들, 딤프와 함께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분들까지 마치 딤프의 전 생애를 관찰하는 기분이었다. 물론 현재의 딤프가 있기까지 많은 분들의 지원과 노력을 생각하면 결코 짧다 말할 수 없겠지만 중학교에 갓 입학한 듯 아직은 어리숙하고 순수한 모습을 가진 딤프의 존재가치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가, 어떤 어른의 성숙함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어주었다. 멋지고 원숙한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기 위해선 어떤 현재를 쌓아가야 할 것인가?

감옥에 갇힌 채 힘겨운 노역을 하며 매일을 버티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죄목은 굶주림에 빵 한 조각을 훔친 절도죄. 그럼에도 불구하고 19년의 시간을 버티고 버티다 가석방의 기회를 받아 힘겹게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되지만 낙인이 찍힌 그를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곳은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주교를 만나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고귀한 사랑을 느끼게 된 후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기 시작한 그는 새로운 삶을 위해서 새로운 시간들을 쌓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본인이 받았던 사랑을 세상에 다시 돌려주며 시장으로까지 선출되는 승승장구도 맛본다. 하지만 법과 제도만을 맹신하고, 그 어떤 것도 사람을 바꿀 수 없다고 믿었던 경감은 끝없이 그를 추적해왔고 과거를 숨기고 새로운 인생을 살던 그는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쫓기는 속에서도 숭고한 인간애와 박애정신으로 고귀한 생명을 구하는 그를 보며 경감의 마음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위해 시간을 쌓을 줄 알았던 사람, 장발장과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이야기이다.

나의 시작을 생각해본다. 아직 학교를 다니기도 전부터 어린이 뮤지컬들을 많이도 보러 다녔던 것 같다. 그것은 형제자매가 없는 내가 1시간이라도 흥미롭게 보내길 바라셨던 어머니의 배려와 노력의 결과였다는 것을 이제는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공평주차장 자리에 있던 어린이 뮤지컬 전용극장, 모 백화점 안의 '비둘기홀' 등 지금은 다 사라져버린 생경한 곳들이지만 그때의 공기와 장면들이 내겐 아직도 생생하다. 집에서 읽던 동화책들을 무대 위에서 입체적으로 만났을 때 쏟아졌던 전율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공간에서 혼자 보내야하는 시간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시간들은 멈추지 않았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쳐 대학생이 되어서도 뮤지컬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던 친구들의 등을 떠밀며 공연장 문턱을 넘나들면서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났다. 그 시간들은 다시 쌓이고 있었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기다린다.

성숙된 시선으로 예리한 판단과 경계 없는 사고의 전환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때로는 철저한 자기반성과 함께 사랑을 기반으로 한 희생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딤프가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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