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열화상카메라' 동대구역엔 있고, 대구역엔 없다?

코로나 2차 유행 우려…대구시, 22일 동대구역에 재설치
대구역·동대구역복합터미널엔 열화상카메라 없어

4일 대구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정차한 시외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이 터미널을 빠져 나가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4일 대구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정차한 시외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이 터미널을 빠져 나가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4일 오후 1시쯤 동대구역 대합실. 대구에 막 도착한 열차 이용객 10여 명이 동대구역 3번 출구 쪽 열화상카메라 앞에 멈춰섰다. 방역 관계자는 열화상카메라 너머로 열차 이용객들의 체온을 일일이 확인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3시쯤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1층 하차장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막 도착한 고속버스에서 탑승객 20여 명이 내렸지만 발열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곳에는 열화상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이 수도권의 코로나19 2차 유행을 선포하고 장기전 대비 필요성을 밝히면서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 대구역, 그리고 고속버스터미널 방역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한동안 역 안에서 모습을 감췄던 열화상카메라는 지난 22일 다시 설치됐다.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코로나19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대구시는 유동인구가 많은 동대구역 5번 출구 방면에도 1대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다시 설치된 열화상카메라를 반기고 있다. 이곳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70) 씨는 "열화상카메라가 역 안에 있었다가 갑자기 사라져 불안했다"며 "대구는 죽었다가 살아난 것과 다름없는 만큼,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역에서는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23일 오후 6시 대구 동구 동대구역에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이수현 기자
23일 오후 6시 대구 동구 동대구역에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이수현 기자

지난 2월 초 대구시는 동대구역과 대구역,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등에 열화상카메라 5대를 설치했다가 같은 달 28일 모두 철거한 바 있다. 2월 말 코로나19가 지역사회로 일파만파 퍼지자 운영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철거했다.

이때 철거된 열화상카메라는 운전면허시험장,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다수가 모이는 장소에 대신 설치됐다.

그러나 동대구역과 달리 대구역엔 열화상카메라가 다시 설치되지 않았다. 대구역도 경부선 열차가 오가는 대구의 관문이지만 대구역 대합실 출구에는 어떤 방역장비도 비치돼 있지 않았다. 열차를 타고 내리는 플랫폼에 손소독제 2개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이마저도 사용하는 탑승객은 10명 중 1명 정도였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6월 3주 기준 대구역 승하차 인원은 주중 8천700여명.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66% 수준이지만 적은 유동인구가 아니다.

이렇다할 방역장비가 없기는 시외버스와 고속버스가 모이는 동대구역복합터미널도 마찬가지였다. 버스를 기다리는 3, 4층 대합실에서 이용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한 자리씩 띄어 앉아 자체 방역을 할 뿐이었다.

울산에서 대구에 출장을 왔다는 김형록(39) 씨는 "출장 때문에 두 달에 한 번은 대구행 버스를 타는데 탈 때마다 알아서 조심할 수밖에 없다"며 "버스를 타는 1시간 30분 동안 마스크 벗지 않으면서 최대한 조심하려 한다"고 했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전파되는 위험 요인을 막기 위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동대구역에 열화상카메라를 우선 설치했다"며 "상황을 지켜본 뒤 다른 역에도 설치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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