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아들을 키우는 주부 A(28·대구 동구) 씨는 최근 수돗물 대신 생수로 아이 양치질과 세안을 시킨다. 유난스럽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불거진 '수돗물 유충' 사태가 언제 대구에까지 번질지 알 수 없어 내린 결정이다.
A씨는 "아직 대구는 괜찮다고 하지만 어린 자녀를 둔 부모로서는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 낫다"며 "생수는 아무래도 유충 걱정에서 자유로워서 많이 사놓으려고 한다"고 했다.
이달 초 인천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이후 김해, 양산, 울산 등 전국에서 신고가 잇따랐다. 소비자의 '수돗물 불신'이 갈수록 더해지면서 생수 수요는 급증세다.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생수 판매량 급증
환경부는 지난 17~26일 전국 일반정수장 453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정수장 3곳의 여과지에서 유충이 소량 발견됐으나, 모든 정수장의 배수지와 수돗물 사용처에서는 유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최근 밝혔다.
수돗물 유충 사태가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지만 생수 판매량은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3~19일 일주일간 생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 같은 기간 옥션에서도 생수 판매량이 34% 급증했고, 홈플러스 전국 생수 매출 또한 20% 신장했다. 이마트에서는 지난 14~19일 전국 생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6%로 조금 올랐지만, 인천지역 생수 매출은 30%가량 상승했다.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주로 수돗물 대용으로 용량이 큰 2ℓ 생수를 집중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먹는물 불안이 커지면서 필터 등 관련 제품 판매량도 폭증했다.
G마켓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3일까지 한 달간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샤워기 필터는 490%, 욕실 수전과 주방 수전은 각각 217%·156% 많이 판매됐다. 정수기 렌탈은 376% 급증했고 정수기 구매도 29% 늘었다.
대구지역 판매량도 늘었다.
지난 14~21일 대구 이마트 6개점의 샤워기, 주방용 필터 등 수도용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53% 늘었다. 같은 기간 대구지역 롯데마트 역시 정수기·샤워기 필터 매출이 150% 급증했다.
이에 대해 대구 유통업계 관계자는 "평소에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던 수도용품에 이렇게까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특이한 현상"이라며 "수도권에서 촉발된 유충 사태에 지역민도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생수업계 발 빠른 대응…공급량 늘리고 할인, 배송서비스 확대
생수 수요가 크게 늘자 업계는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공급량을 늘리고 할인 이벤트와 배송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빠른 대응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최근 전국 140개 점포와 온라인몰에서 생수 할인 판매에 돌입했다. 홈플러스는 생수 공급 물량을 평소 대비 30% 늘리고 심플러스 바른샘물(2ℓ·6입)을 개당 330원 선인 1천990원에 판매하는 등 다양한 생수를 저렴하게 공급한다.
광동 삼다수도 내달 말까지 편의점과 일부 소매점을 대상으로 생수 1+1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G마켓은 31일까지 스마일배송관에서 광동 삼다수, 농심 백산수, 동원샘물, 롯데칠성 아이시스, 아워홈 지리산수, 웅진 가야워터, 오리온 제주용암수 등 7개 인기 브랜드 생수를 15% 할인한다.
아울러 G마켓은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생수전문배송' 서비스를 다시 한 번 언급하고 나섰다. 생수전문배송은 오후 6시까지 생수를 주문하면 1~2일 이내에 무료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로 생수배달 전문기사가 배송해 파손 및 오염 위험이 낮다.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는 온라인 직영몰인 칠성몰을 통해 200·300·500㎖와 1·2ℓ 등 다양한 생수의 정기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오리온도 올해 초 선보인 배송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로 경쟁에 동참했다.

◆생수는 유통기한 무제한?…페트병 유통기한 있다
수돗물 유충 사태로 생수를 대량 구매해 놓고 마시려는 소비자가 더욱 늘어나면서 생수 유통기한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별다른 첨가물이 없는 생수는 유통기한이 따로 없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생수에도 유통기한이 존재한다. 대부분 제조일로부터 12개월이며 짧은 제품은 6개월, 긴 제품은 24개월인 것도 있다.
생수 유통기한은 물 자체보다는 페트 유통기한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오염되지 않고 생산된 생수는 밀봉 상태로는 시간에 큰 제약이 없지만, 문제는 열에 취약해 변질될 가능성이 있는 플라스틱 성분의 페트병이다.
때문에 생수 라벨에 표기된 유통기한도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보관했을 때만 적용된다.
이미 개봉한 생수라면 가급적 빨리 마시는 것이 좋고, 색이 변했거나 페트병이 볼록하게 팽창한 것은 상했다는 의미이므로 유통기한과 관계없이 폐기해야 한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