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냉전 휘말리면 안 돼"…중국, 마오쩌둥식 '지구전' 펴나

美 대선까지 관망 의도도
초강력 카드 '보류'…후시진 "지구전 잘 준비해야"

26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 앞에 몰려나온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미국 휴스턴의 자국 총영사관 폐쇄 조치에 맞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26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 앞에 몰려나온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미국 휴스턴의 자국 총영사관 폐쇄 조치에 맞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했다.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총영사관을 서로 폐쇄하면서 '신냉전' 수준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으나 중국은 미국과의 전면 대결을 피하면서 '지구전'으로 유리한 국면을 찾는 전략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최근 중국이 비록 겉으로는 미국의 공세에 단호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중국 내 한 외교관은 30일 "중국이 최근 내놓는 여러 대미 조치는 기본적으로 자국민들에게 미국에 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며 "실제로는 트럼프가 거는 싸움에 일일이 응하기보다는 일단 대선 결과를 보자는 관망 분위기가 강하다"고 밝혔다.

중국은 총영사관 상호 폐쇄 때 '눈에는 눈' 식의 대응에 나섰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방중 이후의 미중 관계의 큰 흐름을 되돌리는 일대 사건인 만큼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반격'에 나서는 모습을 보일 필요성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지난 5월 중국 화웨이(華爲)의 반도체 공급망 제재 조치를 취하는 등 외교·군사·인권·기술 분야에 걸쳐 파상적인 공세를 가하고 있는데도 대응을 절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작년까지만 해도 희토류 수출 제한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취했지만 최근에는 관영 매체의 '말'로 하는 거친 대응 이외에는 이런 초강경 카드를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청두(成都) 총영사관 폐쇄 조치 때에도 이 장면을 국영 중국중앙(CC)TV로 생중계하고 수천 군중이 총영사관 정문 앞에 모여들게 허용하면서도 막상 현장에서 시민들이 반미 구호를 외치는 것을 제지해 '반미 열기'를 섬세하게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전략적 의도를 암시하듯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집장은 29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국이 걸어오는 '안보 전쟁'에 국력을 소진하지 말자는 주장을 폈다. 후 편집장은 중국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의 공개 발언은 '베이징의 컨센서스'로 여겨진다.

후 총편집장은 "걱정되는 것은 미국과의 싸움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라며 "국가안보가 너무 많은 사회적 자원을 차지하지 않는 속에서 자원을 다른 영역에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며 지구전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구전이란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전 국가 주석이 중일 전쟁 당시인 1938년 정립한 개념으로 정면 대결이 아닌 유격전을 바탕으로 한 장기전으로 승리를 노리는 전략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시진핑 국가 주석과 중국 정부는 경제적 자립을 강화할 것을 독려하고 나섰다. 중국 내에서는 수십년 안에 미국을 제치고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며 '시간은 내 편'이라는 인식도 자리잡고 있다. 중국 관리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4년 더 집권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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