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랏돈 퍼부은 서포항농협, '깜깜이 운영' 알지만…

급식 독점 계속될 듯, 포항시도 '답답'…市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독점폐해 막겠다"

포항시 북구 기계면의 포항학교급식지원센터. 서포항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8년째 포항지역 학교 급식 납품을 독점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항시 북구 기계면의 포항학교급식지원센터. 서포항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8년째 포항지역 학교 급식 납품을 독점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서포항농협이 8년째 포항지역 학교급식을 독점하며 계약을 자동 갱신하고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등 '깜깜이 경영'을 한 정황이 경북도 감사에서 밝혀졌지만, 포항시 측은 업체변경 등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포항시가 경쟁입찰을 통한 업체변경을 힘겹게 본 까닭은 포항급식센터를 새롭게 짓기 위해 토지와 시설비 등에 100억원 이상 투자할 신규업체를 찾기 어려워서다.

앞서도 2012년 현재의 포항급식센터가 건립될 당시 토지는 서포항농협이 부담하고, 건물은 도비 3억1천만원, 시비 7억2천800만원, 자부담 2억6천만원으로 지어졌다.

무상급식 초기였던 2012년만해도 포항급식센터 운영에 따른 적자가 3년 정도 예상돼 운영업체를 찾기 어려웠다. 때문에 서포항농협이 운영을 결심하자 나랏돈으로 건물을 지어주고, 운영에 필요한 차량 등을 수시로 지원했다. 또 서포항농협이 사업을 포기할 것을 우려해 계약을 자동갱신하고 관련심의회를 열지 않는 등 관리감독에 눈을 감았다.

이러는 사이 포항급식센터는 2015년 흑자로 돌아선 이후 지난해는 35억원의 이득을 봤다. 앞으로 2022년 모든 학년이 무상 급식되면 영업이익은 더욱 늘어날 전망된다.

포항시 관계자는 "급식시작 당시 경험도 없고 사업성도 확인되지 않아 공익성을 우선하는 업체를 찾다보니 농협을 선택하게 됐다. 시설도 지어주고, 차량구입 비용도 지원했지만 초장기 적자가 너무 미안해 관리감독 보다는 끌려 다닌 것이 이런 문제를 불러오게 됐다"고 했다.

포항시는 우선 내년부터 외부 회계사에 의뢰해 감사를 진행하고, 3년마다 돌아오는 재계약시 공개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친환경급식지원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를 활성화 해 관리감독도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포항시는 서포항농협이 경북도 감사에서 여러 문제가 지적된 점을 고려해 지금부터라도 단추를 잘 꿰겠다는 방침이지만 급식 독점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둔 서포항농협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걱정스럽다는 입장도 있다.

회계와 관련해서도 서포항농협은 식자재 구매 내역과 단가만 공개할 뿐, 영업매출 232억원 가운데 쓰인 인건비와 운영비 등은 영업비밀로 붙이고 있어 이를 투명화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재계약시 신규 업체가 지정돼도 시설마련 비용이 큰 데다 서포항농협의 투자분이 있는 현재의 포항급식센터를 이용할 수 없어 원활한 급식운영을 어렵게 봤다.

심의위원회 한 위원은 "서포항농협의 급식독점을 깨기란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포항시가 더욱 강력한 감독권한을 강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급식센터는 아이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 제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특정업체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서포항농협 관계자는 "포항급식센터는 전국에서 부러움을 살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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