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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의News픽] '공공의대'…'조국, 꿈은 이루어진다!'

전공의 총파업 이틀째인 이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병원 관계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는 의미에서 코로나19 진료마저도 자원봉사 형태로 가져가기로 했다. 또 희망자에 한해 사직서를 제출하는
전공의 총파업 이틀째인 이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병원 관계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는 의미에서 코로나19 진료마저도 자원봉사 형태로 가져가기로 했다. 또 희망자에 한해 사직서를 제출하는 '제5차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석민 디지털국 부국장
석민 디지털국 부국장

청와대 국민청원 '시무 7조 상소문'이 이번 주 후반부터 온통 장안의 화제가 됐습니다. 봉건 왕조시대 상소문 형식을 빌린 이 글에서 진인 조은산(필명)은 ▷1조: 세금을 감하시옵소서 ▷2조: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기시어 정책을 펼치옵소서 ▷3조: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4조: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 ▷5조: 신하를 가려 쓰시옵소서 ▷6조: 헌법의 가치를 지키시옵소서 ▷7조: 스스로 먼저 일신(一新)히시옵소서 등 7가지를 주청했습니다.

이에 앞서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국회에 모여들어 탁상공론을 거듭하며 말장난을 일삼고, 어느 대신은 집값이 11억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현 시세 11프로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며 어느 대신은 수도 한양이 천박하니 세종으로 천도를 해야 한다는 해괴한 말로 백성들의 기세에 찬 물을 끼얹고 있습니다"라면서 도탄에 빠진 현재의 국정상황을 해학적이면서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가, 언론과 국민의 비판이 거세지자 다시 복원되었습니다. 혹시 아직까지 진인 조은산의 '시무 7조 상소문'을 읽어보지 못하신 분은 일독을 권장해 드립니다. 매일신문 홈페이지에서도 ["폐하, 일신 하시옵소서"…'시무 7조 상소문' 화제]를 검색하시면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왕조시대에도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과거 왕조시대에도 지조 있는 선비들은 상소를 통해 국왕의 실정을 비판하고, 국왕조차도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일부 극단적인 폭군의 경우에는 예외 였겠지만, 대부분의 '정상적' '상식적' 국왕들은 듣기 싫어도 백성의 목소리를 들으려 했고, 마음에 내키지 않더라도 백성의 뜻에 따라 자신의 고집을 꺾었습니다. 주권자는 바로 나(왕)이지만 백성은 그 위의 하늘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명색이 국민 주권주의를 표방한 '자유' 대한민국이 과연 왕조시대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요즘입니다.

8월 27일 오후 9시 27분 기준 일명
8월 27일 오후 9시 27분 기준 일명 '시무 7조 상소문' 국민청원이 동의 수 14만명을 넘긴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시무 7조 상소문'에 국민들이 연신 동의하고 있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개신교계 지도자를 불러놓고 "(코로나19) 재확산의 절반이 교회에서 비롯되고 있다.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 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며 강력 비판해 구설에 올랐습니다.

그럼 코로나19 재확산의 나머지 절반은 누구의 책임입니까?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네탓' '남탓'이 너무 심각합니다.

문정권의 큰 신하 추미애 법무부(法無部) 장관의 27일 검찰 인사는 봉건시대에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안하무인' '독단' '국민 무시와 우롱' 그 자체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직폭행 혐의 피의자가 된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광주지검 차장으로 승진한 것입니다. 범죄 혐의자는 승진하고, 이를 감찰(수사) 하는 사람이 좌천되는 검찰인사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습니까. 권력만 있고 국민은 안중(眼中)에 없다는 '노골적 도발' 그 자체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주권자가 아니라 '붕어' '가재' '개구리'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무기력하고 사분오열된 야권이 이런 정부·여당의 독주를 방관하고 부추기는 것 같아 더욱 참담합니다.

▶코로나19 재확산 속…진행되는 음모?

난세는 정말 난세인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소름끼치는 일이 알게 모르게 시나브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주 시작된 의료계의 전면 파업으로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의료계는 4대 의료정책(의대정원 확대, 원격의료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약탕약건강보험 시범적용) 철회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의료계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것입니다. "코로나19 재확산 와중에 의료계 파업은 무책임하다"는 입장과, "왜 정부는 하필 이 때 의료계를 자극해서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을 더욱 힘들게 만드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의료정책에 대한 입장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 전율을 느끼게 하는 것은 '공공의대(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입니다. 학생 선발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일자, 복지부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후보 학생 추천은 전문가·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시·도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동 위원회가 정부 제시 심사 기준 등을 토대로 시·도에 배정된 인원의 2~3배 수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선발해 추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가 왜 추천을 하느냐" "현대판 음서제, 절대 거부한다" '시험 봐서 뽑는 게 아니면 공공의대를 만들지 말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깜짝 놀란 복지부와 여권은 "(공공의대) 학생을 공정하게 선발하는 구체적인 방식을 향후 국회 법안 심사 과정 등을 통해 마련해 나가겠다"고 수습에 나섰습니다.

▶공공의대 출신을 국립대병원 등에 우선 채용!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학생선발 방식 문제(나중에 대통령령으로 정해짐)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계 주류를 공공의대로 교체(?) 하겠다는 거대한 음모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듭니다.

법안 제29조 2항에는 "의무복무 기간이 종료된 의사를 보건복지부 또는 공공보건의료기관에 우선 채용할 수 있으며, 국제기구 파견 등에 우선 선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이라고 하면 국민들은 대체로 보건소나 지방의료원을 얼핏 떠올리지만, 경북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과 서울대병원 등도 모두 포함 됩니다.

다시 말해, 현재의 법안 대로라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처럼 제대로 된 시험 한 번 안보고 (공공의대를 통해) 의사가 된 '용(또는 이무기)의 자식들'이 대한민국의 의료계 핵심 요직에 '우선' 채용되는 또 한 번의 특권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채용은 각 기관 권한이고 (우선 채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반드시 채용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논란이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습니다. 참으로 '눈가리고 아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권들어 각종 공공기관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낙하산 인사의 실태와 정부 부처 인사, 특히 추미애 장관의 검찰인사를 보면서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조국 사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상상)가 8월 25일 출간했다. 강양구 미디어 전문 재단 TBS 과학 전문 기자,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5명이 공동으로 집필했다. 연합뉴스

'전문가' '시민단체' '중립적' '객관적' '합리적' '반드시 그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 라는 말이 요즘처럼 '무섭게' 들린 적이 없습니다.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들어 중립적 객관적 합리적으로 판단해 쏟아내는 것이 문재인 정권의 난장판 정책이고, 객관적 중립적 합리적인 검찰 인사의 결정판이 바로 추미애판 인사인 때문입니다.

▶조국백서에 기초한 사회개혁, '공공의대!'

문재인 정권이 만들 공공의대가 어떤 모습일 될지는 '내가 조국이다'를 외친 조국類(류)가 펴낸 조국백서를 보면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이라는 책 제목의 조국백서는 김민웅 경희대 교수, 전우용 역사학자, 김지미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 김유진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임병도 아이엠피터뉴스 대표 등이 저자로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조국백서 저자를 일일이 거명하는 것은 이들의 이름과 그들이 한 짓을 반드시 역사에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 탓입니다.

이들은 조국의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의혹 등은 모두 사회구조 탓이지, 조국의 큰 잘못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조민의 병리학 논문 1저자 등재에 대해서도 "한국 사회의 계층구조와 입시제도가 만든 것으로, 경쟁 과정 자체가 불공정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표창장 위조, 허위 인턴 증명서, 논문 무임승차… 이 모든 것이 사회탓이지 조국의 잘못은 아니라는 조국類(류)들의 망발을 접하면서 공공의대를 통해 '조국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공공의대가 좀 더 일찍 생기기만 했어도, 조국과 그 가족이 그토록 힘겨운 의전원(의학전문대학원) 도전기를 쓰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아쉬움이 없진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시대의 진정한(?) 개혁가 조국 선생의 '순교' 덕분에 '조국의 꿈'은 조만간 현실이 될 것 같습니다.

▶'공공로스쿨'도 도입될 둣…공수처 우선 채용 보장

아마 조만간 국립공공정의법률대학(일명 공공로스쿨)도 설립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공공로스쿨 졸업생들에게는 공수처 우선채용의 또 다른 특권이 주어질 것입니다. 조국의 딸 조민은 온 가족과 사회구조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의전원을 마치고 동료들이 파업으로 보이콧한 의사고시를 나홀로 씩씩하게 치르겠지만, 조국의 아들에게는 아직 좀 더 쉬운 '용의 길'이 남아 있습니다.

몇 번씩 떨어진 로스쿨에 다시 힘들게 도전하지 말고, 공공로스쿨(국립공공정의법률대학) 설립을 기다렸다고 '편안하게' 입학하고, 졸업 후 적당히 변호사 기간 때우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로 활약할 날만 기다리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능력 부족이 걱정된다고요. 전혀 신경쓸 필요 없습니다. 공수처는 절대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죽은 고기 잡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습니까.

서초동 대검청사 앞에서 '내가 조국이다'를 외친 조국類(류)들은 참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을 '공공의대'와 '공공로스쿨(향후 설립 예정^^*)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무기의 세상이 미꾸라지의 천국은 아니다'

하지만 좀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가 조국이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조국과 같은 사회·경제적 위치에 있느냐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입니다. 조국과 윤미향 같은 (비록 용은 못되었지만 사회경제적 기반을 갖춘) 이무기가 미꾸라지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이 땅의 '문빠' '조빠' 미꾸라지들에게도 '공공의대'와 '공공로스쿨'에 들어갈 수 있는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절차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습니다. 미꾸라지는 '붕어' '가재' '개구리'와 함께 정부의 재난지원금이나 받으면서 행복하게 지내면 그만 이지요.

문재인 정권의 핵심 인사가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한마디로 간단히 정리해 주었습니다.

"모두가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

그렇습니다.

"모두가 공공의대에 (또 공공로스쿨에) 갈 필요는 없습니다."

미꾸라지가 이무기 흉내를 낼 필요도 없습니다. 미꾸라지는 이무기가 제 새끼 편안하게 용으로 키울 때 옆에서 박수나 치고 '내가 이무기다'를 외치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보조금 떡밥 받아 먹으며 붕어, 가재, 개구리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면 그만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조국이 꿈꾸는 세상'에서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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