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상중국] 'CoroNation', 우한을 다시 떠올리다

코로나로 봉쇄된 중국 우한을 기록한 영화
코로나로 봉쇄된 중국 우한을 기록한 영화 'coronation' .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지 9개월.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팬데믹'(Pandemic) 터널의 한가운데에 갇혔다. 지금까지 우리는 'K-방역'이라는 자기최면에 빠져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 터널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착각했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 이후 단 하루도 그 터널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코로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예고한 대로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달 30일 인적이 끊긴 서울의 거리 모습은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우한(武漢)을 연상시킨다. 지난 2월 '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스스로 봉쇄를 자청한 텅 빈 대구 거리에 앰뷸런스들만 사이렌을 울리며 내달리는 모습도 겹쳐졌다.

오늘 우한의 풍경은 그때와 달랐다. 도심 쇼핑몰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워터파크'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축제를 벌였다.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 워터파크에서는 '우한 맥주축제'가 열렸다. 수천여 명의 시민들이 축제에 참가, 맥주를 마시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오늘도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코로나 진원지' 우한에서 벌어지는 일상이 자연스럽기보다 '작위적인' 연출로 느껴진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코로나 확산에 최소한 도의적 책임이라도 져야 할 우한이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투로 축제를 벌이는 것은 '중국으로 인한 코로나 대확산과 전 세계인의 고통'에 나몰라라 하는 뻔뻔함의 극치다.

우한은 춘절(설날)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1월 23일, 전격적인 도시 봉쇄 조치로 1천여 만에 이르는 우한 시민들이 고립된 채 희생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76일간의 봉쇄령 동안 우한의 일상은 정지됐다. 통계상으로 5만340명의 확진자가 발생, 3천869명이 사망했다. 바이러스 정보를 통제하고 은폐한 대가치고는 너무나도 참혹한 결과다.

그러나 통계는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신천지 사태'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대구경북지역 확진자는 8천454명. 수도권 확진자 7천658명과 큰 차이가 없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바이러스 감염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식 봉쇄'에 준하는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다.

중국은 우한 사태 이후 바이러스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했다. 가장 효과적인 바이러스 통제는 사람 간 접촉을 최대한 억제하는 봉쇄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속성을 중국 당국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국가 시스템은 사람의 이동 금지를 강제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불필요하다. 당이 결정하면 국가는 집행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중국의 시스템을 따를 수 없다.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독재와 같은 방역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 공개된 'coronation'은 코로나로 봉쇄된 우한을 기록한 영화다.

중국 반체제 행위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가 우한 시민들이 직접 기록한 영상을 모아 편집 제작한 이 영화는 발이 묶인 우한역, 눈보라가 치는 정적뿐인 우한 거리. 감염 공포와 싸우는 의료진의 긴장, 봉쇄되는 바람에 고향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주차장에서 생활하는 외지 노동자의 모습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사진 1, 2 코로나로 봉쇄된 중국 우한을 기록한 영화
사진 1, 2 코로나로 봉쇄된 중국 우한을 기록한 영화 'coronation' .

우한 첫 코로나 감염자는 지난해 12월 1일 보고됐다. 그러나 당국은 감염 정보를 은폐했고 바이러스는 사람 사이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내보냈다. 그 사이 바이러스는 우한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키웠고 시민들은 죽어나갔다.

한 우한 시민은 이 사태와 관련, 성장과 서기 등 지도자들이 교체됐다고 하자, "지도자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누가 권력을 잡아도 마찬가지다. 마오쩌둥이 오래 전에 말하지 않았느냐.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공산)당이 군대를 지휘하지 않느냐"고 대꾸한다.

아이웨이웨이는 'Corona'와 'Nation'을 조합한 'CoroNation'을 통해 누구도 신뢰하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중국을 고발한다. 영화는 '우한 필승! 중국 필승!'을 외치며 돌아가는 의료진의 모습으로 끝을 맺었다.

K-방역에 도취된 채 의료진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정부의 모습은 이 영화 'coronation'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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