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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위기에 빛난 향토기업의 지역사랑

김윤기 경제부 기자
김윤기 경제부 기자

최근 대구 한 중소기업인과의 대화 중 매일신문 '이웃사랑' 코너 얘기가 나왔다. 올해 들어 모금액이 늘었다는 자랑에 기업의 사회공헌 창구로 활용해도 좋겠단 얘기가 더해졌다.

대화가 이 회사의 사회공헌 얘기로 옮겨갔다. 직원 수 50명 남짓의 이 중소기업은 매월 200만원이 넘는 성금을 꾸준히 지역 사회복지관에 전달하고 있었다. 회사 경영이 녹록지 않은 상황임을 알고 있어 이 같은 대답은 더욱 의미 있게 들렸다.

그만큼 올해는 기업과 기업인들에게 실로 가혹한 해였다. 경영환경은 지난 수년간 빠르게 악화됐는데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충격까지 왔다. 소비가 위축됐고, 물류 대란을 겪었고, 직원들의 방역 대책에도 골몰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소득 중 하나는 바로 대구경북 지역기업의 '나눔 DNA'를 확인하고 향토기업의 존재 가치를 널리 알렸다는 점 같다.

대구 지역 기업과 경제인들의 나눔의 정신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했다. 올 2월 들어 대구경북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 위기 극복에 가장 앞장선 것은 다름 아닌 지역 경제계였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주류 기업 금복주는 지난 3월 대구경북에 각 10억원씩 시도민을 위한 구호물품 구입비 20억원을 내놓은 후, 소독용 알코올 품귀 현상이 일자 7억원 상당의 주조용 알코올 60t을 대구경북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기까지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대한적십자사 등을 통한 모금에도 수많은 기업이 동참했다. 세원그룹은 12억원을, DGB대구은행이 10억원을, 평화홀딩스가 4억원을 기꺼이 내놓았다. 화성산업이 3억원, 대성에너지와 서한도 각 2억원씩을 전했다.

대구시와 지역 경제계의 전방위적 도움으로 지난해 위기를 극복했던 이래그룹도 1억2천만원의 성금을 보내는 '의리'로 화답하며 의미를 더했다. 삼익THK와 크레텍, SM그룹, 태왕도 대구시에 각 1억원을 전달하는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위기 극복에 동참한 것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큰 기업들만이 아니었다. 대구의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루아는 사회복지관에 전달할 마스크를 가져오면 음식을 포장해 주는 캠페인을 벌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 얘기가 퍼지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후로도 지역기업의 사회 환원은 이어졌다. 희성전자는 지난 14일 이웃사랑 성금 1억원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9년 연속 1억원 기탁에 누적 금액으로는 11억원을 달성했다.

기업지원기관이나 단체의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일례로 대구상공회의소는 지난 11일 회원사 직원 자녀 102명을 선발해 장학증서와 장학금을 전달했다. 대구상의 전 임직원이 '회원사와 상의는 공동체'라는 의지로 월급의 10~20%를 3개월간 모아 장학금 6천400만원을 조성한 덕분이다.

선의가 가득 담긴 도움의 손길을 지역사회에 전하면서도 이를 드러내 놓지 않은 기업도 부지기수다. 이처럼 향토기업과 기업인들은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기업으로서 당연히 완수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향토기업들이 대구경북의 위기에 응답해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우리 곁에서 성장했고, 지역은 그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토대이기 때문이다. 지역민들도 지역기업을 키워내는 것이 우리의 삶터를 더욱 풍성하게 가꾸는 길이란 인식을 갖는다면, 기분 좋은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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