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초유의 검찰총장 정직…후폭풍 文과 정권이 모두 감당해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2년 임기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다. 정권 비리를 수사한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드는 최악의 선례를 남기게 됐다.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한 것은 물론 법치주의를 뒤흔든 폭거다. 문재인 정권은 나쁜 의미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국민에게 또다시 안겨줬다.

징계위의 윤 총장 정직 처분은 위법한 절차와 실체 없는 사유를 앞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다. 징계위는 판사 문건 작성 등 4가지 이유로 중징계를 의결했다. 그러나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 판결,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을 통해 이들 혐의는 터무니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합법적 징계가 아니라 불법적 모함이란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징계위 구성부터 진행, 의결 및 징계 결정 자체가 중범죄에 가깝다. 정권이 짜 놓은 각본에 따라 친(親)정권, 반(反)윤석열 인사들로 구성된 징계위가 행동대 역할을 했다.

해임·면직이 아닌 정직 처분을 내린 것 역시 정권의 비겁한 꼼수다. 정직은 검찰총장 직(職)은 유지하지만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다.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면서 민심의 역풍을 낮추려는 속셈에서 정직을 택했다. 윤 총장 정직으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및 증거 인멸,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등 정권 비리 수사가 흐지부지될 것이다. 정직이 끝나 윤 총장이 복귀하더라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1호 수사 대상으로 삼아 윤 총장 찍어내기를 계속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윤 총장 잘못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 명령을 충실히 수행한 것밖에 없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징계위 손을 거쳤지만 윤 총장 중징계는 문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문 대통령은 정직 처분 재가를 하면서 검찰 개혁을 들먹이며 사태 무마에 나섰다. 윤 총장에 대한 불법적 징계가 몰고 올 검란과 국민 저항 등 후폭풍은 문 대통령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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