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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한겨울에 웬 모기?

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
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물은 무엇일까. 사자? 뱀? 악어? 물론 이런 동물에 희생된 사람도 많지만 '인간'에게 목숨을 잃은 인간이 월등하게 더 많다. 인간은 인간에게 아주 위험한 동물이다. 하지만 인간보다 훨씬 더 위험한 동물이 있으니 바로 모기다.

모기는 말라리아, 황열, 뎅기열 등 치명적인 병을 옮겨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그 결과 모기 때문에 세계사 흐름도 크게 바뀌었다.

만약 알렉산더 대왕이 말라리아로 죽지 않았다면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콜럼버스 이후 신대륙에 진출한 유럽인들이 말라리아로 떼죽음을 당하자 말라리아에 저항력을 가진 흑인 노예를 데려온 것이 지금도 계속되는 미국 인종 갈등의 시작이다. 그 밖에 세계사의 큰 사건에는 어김없이 '치명적인 대량 살상 생물 무기, 모기'가 등장한다.

그렇다보니 인류는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여러 시도 끝에 키나나무 껍질이 말라리아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키나나무 껍질, 나중에는 화학적으로 추출한 '퀴닌'을 치료제로 사용하면서 인류는 말라리아와 싸움에서 승리하는 듯 하였지만 말라리아는 곧 퀴닌에 대한 내성을 획득한다.

그 후 인류는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지만 새로운 약마다 말라리아는 번번이 내성을 획득하는 바람에 말라리아 퇴치는 요원하던 중, DDT의 강력한 살충 능력이 알려지고 널리 사용되면서 모기 박멸과 함께 말라리아에서 해방되는 듯했다. 하지만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DDT 유해성을 고발하면서 DDT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급기야 인류는 특단의 선택을 하려 한다. 바로 유전자 조작 모기!

수컷 모기 유전자를 조작하여 풀어주면 이 모기와 교미한 암컷이 낳은 암컷 모기는 유충 단계에서 죽게 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모기는 씨가 마를 것이라는 계획. 하지만 인위적 환경 조작에 대한 우려 또한 없지 않다.

1955년 한 중국 농민이 '참새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탄원서를 올리고 마오쩌둥 주석은 참새 섬멸을 지시한다. '참새 섬멸 총지휘부'가 꾸려지고 온 인민이 나서서 총과 독극물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참새를 잡았다.

이른바 인작대전 (人雀大戰), 인간과 참새의 전쟁! 그 결과 1958년 한 해에만 무려 2억1천만 마리 참새를 소탕했다. 하지만 참새가 사라지면서 참새가 천적이던 해충이 들끓자 참새 소탕은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되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큰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연구소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져 유출됐다는 주장이 있다. 진위를 알 수는 없지만 과학자들에 따르면 유전자 조작으로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한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다. 모기도, 참새도, 바이러스도 인간이 자연에 인위적으로 가한 조작은 자칫 엄청난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으니 신중, 또 신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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