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팔도 명물] 제주 구좌읍 당근

단맛도, 영양도…부드러운 토양질 자랑하는 제주 화산회토
유기물 함량까지 많아 키우기에 단연 으뜸
지난해 전 국민이 반년 동안 먹은 4만톤 생산

구좌농협 APC에서 판매용 당근의 껍질을 벗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구좌농협 APC에서 판매용 당근의 껍질을 벗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의 겨울은 바쁘다. 농한기를 맞은 타 지역과 달리 제주의 들녘은 감귤을 비롯해 무, 양배추, 당근 등 월동채소 수확이 한창이다. 제주의 동쪽 끝자락에 있는 구좌읍에서도 당근 수확으로 농민들은 분주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따뜻한 '남도' 제주에서 자란 월동 채소들은 저마다 고유의 단맛을 품고 있다.

제철을 맞은 겨울 당근을 수확하는 농민들도 쉴 틈이 없다. 화산회토에서 생산되는 제주당근은 한겨울에 생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겨울 땅위 기온은 차가운 반면 땅의 기온은 상승하는데,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잎으로 갈 영양분들이 뿌리식물인 당근으로 몰리게 되어 더욱 영양분 함량이 높고 맛이 있다.

구좌농협 APC 공장에서 당근 세척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구좌농협 APC 공장에서 당근 세척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당근 도입과 제주당근의 우수성

'홍당무'라고도 불리는 채소인 당근의 원산지는 아프가니스탄이며, 유럽·북아프리카·아시아 지역에 분포되어있다.미나리과의 2년초생으로 원뿌리(식물의 주축이 되는 뿌리)를 먹을 수 있다.뿌리는 둥근 모양에서 긴 것까지 다양하며, 색깔도 오렌지색·하얀색·노란색·자주색 등으로 여러 가지다.지중해 지역에서는 예수가 태어나기 전, 중국과 유럽 북서부에서는 13세기경에 심었으며, 지금은 온대지방에 걸쳐 널리 자라고 있다. 오늘날 흔히 재배하는 당근과 비슷한 종류는 프랑스에서 개량되어 13세기까지 유럽에 널리 보급되었다.

한국에 들어온 시기는 16세기 무렵이다. 20세기 들어 카로틴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당근을 많이 찾게 되었다. 과거에는 가축인 말의 밥으로 주는 채소였지만 지금은 샐러드, 카레, 볶음밥 등으로 많이 소비된다. 제주 당근은 1960년대 말 처음 도입된 이래 급속한 성장을 보이는 제주의 대표적인 월동 작물이다. 보통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된다. 5월부터 9월까지 나오는 경남, 10월~11월 생산되는 강원도와 달리 겨울철에서 이른 봄까지 생산되는 당근은 전량 제주산이다.

당근 재배 면적도 제주가 압도적이다.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배 면적을 보면 제주도가 전국의 60%를 차지한다. 지역 내에서는 제주시 구좌읍이 90%로 대부분이다. 제주시 구좌지역의 토양은 화산회토로 유기물 함량이 많고 배수가 좋아 토양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보수력이 좋아 수분 많은 당근을 생산하기 적합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또 해안에 산재해 있는 패사(貝砂)를 객토로 이용함으로 생육촉진은 물론 착색이 양호해 상품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적합한 기후 등으로 다른 지방에 비해 뛰어난 품질의 당근을 키워내고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을 토대로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주의 당근 재배 면적은 2000㏊ 미만이었으나 1990년대 들어 2000㏊를 넘어서는 등 급격하게 확대됐다.이후 농가 고령화와 개발로 농지가 축소되며 2019년에는 1607㏊로 줄었다.지난해에는 전 국민이 반년동안 소비할 수 있는 약 4만t이 구좌읍에서 생산됐다.

구좌농협 APC공장에서 직원들이 공장에 들어온 당근을 확인하고 있다.
구좌농협 APC공장에서 직원들이 공장에 들어온 당근을 확인하고 있다.

◆전국 최대 주산지 구좌읍

전국 최대 당근 생산지인 구좌읍은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약 35㎞ 떨어진 곳으로 서쪽으로는 조천읍, 남동쪽으로는 서귀포시 성산읍과 접하고 있다. 당근은 크게 동양계와 서양계로 나뉜다. 서양계는 터키 서부지방이 원산지로 당근 특유의 냄새가 강한 것이 특징이며, 동양계는 중앙아시아가 원산지로 주로 적자색과 백색을 띠고, 향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모양에 따라 '구로다형', '암스테르담형' 등으로 나뉠 만큼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뿌리색이 주황색인 5촌 당근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재배용 당근은 크게 장근종(긴 뿌리), 중근종(중간 뿌리), 단근종(짧은 뿌리) 세 가지로 나눈다.그 중에서도 구좌읍에서 생산되는 당근은 모양과 빛깔이 좋고 맛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지역 주민들은 2014년 ㈔제주당근연합회를 조직해 당근 자조금을 조성, 유통 조절에 힘쓰고 있다. 구좌농협도 1993년 당근 전문 처리 시설인 거점산지유통센터(APC)를 준공, 세척 및 포장시설을 갖췄다. 구좌농협에서는 당근 수확 기간 1일 75t 내외를 처리하고 있다.

세척된 당근
세척된 당근

◆조리

당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채소다. 날 것은 특유의 특이한 쓴맛이 나는 묘한 향이 나고 어설프게 삶거나 볶으면 식감이 물렁해지고 단맛이 달아나기 때문이다. 당근은 조리를 잘 하면 자연스러운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볶음밥, 계란찜 등을 만들 때 당근을 작게 썰어 넣기에 아이들은 당근이 들어가도 모른채 먹는 경우가 많기에 당근도 많이 먹게된다.

◆효능

당근에 풍부하게 함유된 비타민A는 시력 유지에 도움을 주며, 안구 건조증, 야맹증 등의 각종 눈 질환을 개선 및 예방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이외에도 루테인, 리코펜 성분 또한 도움을 준다. 당근에는 혈관의 염증 및 스트레스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있다. 카로티노이드는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압이나 혈당 관리에 도움을 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고혈압, 당뇨 및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당근에 함유된 팔카리놀 성분이 암 예방에 도움을 주며, 베타카로틴 성분은 항산화 성분으로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의 노화 방지 및 재생에 도움이 된다. 또 당근에 함유된 카로틴 성분은 피부의 주름을 개선하고 착색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다.

구좌농협 APC에서 당근 주스를 생산하고 있다.
구좌농협 APC에서 당근 주스를 생산하고 있다.

◆당근 고르는 법

색이 선명하고 진할수록 영양소가 풍부하다. 표면이 매끈한 것이 단맛이 강하며 모양은 단단하며 휘지 않은 것이 좋다. 검은 테두리가 있는 것은 오래된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 손에 잡아어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좋으며 잎이 난 윗부분이 검은색으로 변한 것은 오래된 것이다. 너무 큰 것은 섬유질이 억세기 때문에 피하고 뿌리 부분이 잘린 것보다 잔뿌리가 붙어 있는 것이 좋다.

◆손질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낸 후 흙과 불순물을 제거하면 된다. 껍질에 영양소가 풍부하므로 가급적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오래 가열할 경우 조직이 물러지기에 찜이나 조림 요리할 때는 당근의 모서리를 둥글게 깍아 부서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보관

표면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후 신문지에 싸서 지퍼백에 밀봉하여 냉장 보관한다. 흙이 묻은 채 신문지에 싸서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도 된다. 익히지 않고 냉동할 시 녹으면서 물렁거리기 때문에 냉동실에 보관할 때에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익힌 다음 보관하면 좋다. 마르기 쉽고 동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겨울철 장기 보관할 경우 흙 속에 묻어 보관한다.

한국지방신문협회 제주일보 김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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