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성못 위 드론 보고 투자…" 中 이항, 주가 하루새 62% 폭락

허위매출, 기술조작 폭로 공매도 리포트에 주가 폭락…개미들 "6천억 물렸다"
하루만에 시총 4조7천억원 증발, 국내 투자자 피해도 눈덩이
이항 "보고서 오류·잘못된 해석, 필요행동 취할 것"
드론 테마주 급부상하며 올해들어만 주가 6배 상승

지난해 11월 대구 수성못 상공에서 열린
지난해 11월 대구 수성못 상공에서 열린 '드론택시 공개 비행시연' 행사에서 드론택시가 공중을 날고 있다. 드론택시 서비스 도입을 위한 도심항공교통 비행 실증차원으로 실시된 이번 드론택시 비행은 중국 이항사의 2인승 기체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허위매출, 기술 조작 등을 폭로한 공매도 리포트가 나온 중국 무인 드론 택시 업체인 '이항(Ehang·億航)'의 주가가 하루만에 62%나 폭락했다.

앞서 드론 택시 서비스 도입을 천명한 서울시와 대구시 수성구가 서울 한강과, 대구 수성못 등지에서 연달아 이 회사의 드론을 시범운행 하면서 국내에도 알려지게된 가운데지금까지 국내 투자자들도 약 6천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미국의 공매도 리서치 업체인 울프팩리서치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항:추락해 불타버릴 운명의 주가 띄우기'라는 33쪽짜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항의 중국 본사, 거래 업체 등을 탐방하고 회계 자료를 분석해 작성된 이 보고서에서 울프팩리서치는 허위 매출과 기술 조작 가능성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항의 최대 고객은 상하이 쿤샹이라는 회사인데 실체가 의심스럽다.쿤샹은 이항과 6천500만 달러의 드론 구매 계약을 체결하기 불과 9일 전에 설립됐고 이항의 프리IPO에도 1천4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쿤샹은 자본금이 140만 달러에 불과했다. 쿤샹은 이후 4개월 만에 추가로 430만 달러의 구매 계약을 했다.

울프팩리서치 측이 쿤샹을 직접 찾아갔지만 계약서에 적힌 3곳의 주소 중에 2곳은 허위였다고 전했다. 한 곳은 호텔이었고 다른 한 곳은 11층 건물의 13층이었다는 것.

보고서는 "쿤샹의 진짜 의도는 드론 구매보다는 주가조작을 통한 이익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항의 기술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최첨단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이항의 광저우 본사는 최소한의 보안 시설도 갖추지 않았으며 기초적인 조립 라인도 없었다. 설계 및 테스트 센터가 있다고 했지만 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넓은 공간뿐이었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이날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이항의 주가는 전 거래일(12일) 대비 62.69%나 떨어진 46.30달러에 마감됐다.

시가총액이 67억9천100만 달러(약 7조 5천억 원)에서 25억 3천400만 달러(약 2조 8천억 원)로 하루 사이에 무려 4조 7천억 원이 증발한 셈이다.

이항은 지난 2019년 12월에 나스닥에 상장됐다. 지난해 말(12월 31일)만 해도 21.11달러에 머물렀던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드론 테마가 인기를 끌며 이달 12일 장중 한때 무려 129.8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올 들어 주가가 6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지난해 11월 대구 수성구 수성못에서 시범운행을 준비중인 이항 드론택시. 이번 비행은 수성구가 도입을 추진 중인 도심항공교통(UAM) 비행 실증 운행이다. 한지현 기자
지난해 11월 대구 수성구 수성못에서 시범운행을 준비중인 이항 드론택시. 이번 비행은 수성구가 도입을 추진 중인 도심항공교통(UAM) 비행 실증 운행이다. 한지현 기자

공매도 보고서에 대해 이항은 17일(현지시간) 짧막한 반박 입장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항 측은 "보고서 중에 큰 착오와 함께 확인되지 않은 진술과 정보의 잘못된 해석이 있다"며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회사는 최고의 기술 표준으로 관리되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등의 규칙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항에 투자했던 국내 투자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국내 주요 포털에도 이항 관련 검색이 종일 상위에 노출됐다. 특히 대구에서도 이항 드론이 선보인 적이 있어 대구 지역 투자자도 다수 피해를 본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원 A(33·대구 수성구) 씨는 17일 "미래·친환경 산업이기도한 드론 기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항이 지난해 11월 수성못을 나는 것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며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고 호재거리도 꾸준해서 추격 매수를 많이 했는데 오늘 일어나서 주가를 보고 심장이 멎을 뻔 했다"고 호소했다.

대학생 B(25·영남대학교 3) 씨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모아둔 과외비로 꾸준히 이항에 투자했다. 갑자기 폭락하니까 어안이 벙벙하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이번주 까지는 계속 지켜보려고 하는데 좋은 소식이 안들린다"고 하소연 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들은 16일 기준 5억 5천34만 달러, 443만 4천992주의 이항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주가가 폭락하기 이전 평가액으로 하룻밤 사이 약 3억 4천478만 달러(약 3천700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이항 주식은 전체 상장 주식 수(1억 945만 주)의 4%가 넘는 지분율이다.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앞서 지난해에도 '중국판 스타벅스'를 꿈꾸던 중국 루이싱커피가 매출의 절반 가까이 분식한 것으로 나타나 나스닥에서 상장폐지된 바 있다.

당시에도 공매도 보고서가 매출 조작을 밝혔는데 처음에는 회사 측이 부인했지만 결국 인정하고 퇴출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11월 16일 대구 수성못 상공에서 열린
지난해 11월 16일 대구 수성못 상공에서 열린 '드론택시 공개 비행시연' 행사에서 드론택시가 공중을 날고 있다. 드론택시 서비스 도입을 위한 도심항공교통 비행 실증차원으로 실시된 이번 드론택시 비행은 중국 이항사의 2인승 기체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