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마이더스 왕은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신기한 손을 가졌다. 이른바 '마이더스의 손'이다. 이를 희화화한 표현이 '마이너스의 손'이다. 이는 하는 일마다 손해를 보고 일을 그르칠 때 인용된다. 범부라면 모르거니와 임금이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아무 일도 안 하는 편이 그나마 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문재인 정부 4년은 '마이너스의 손'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국가 채무가 300조원 늘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134조원, 박근혜 정부 4년간 137조원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나랏돈 풀어 민심을 사는 일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은 결과다. 그 결과 부채가 폭증하면서 이자로만 한 해 20조원을 쓰게 됐다. 경북도(10조6천억원)와 대구시의 올해 예산(9조3천억원)을 합한 금액에 맞먹는 돈이다.
그 탓에 요즘 아이들은 한 사람당 1천540만원의 빚을 안고 태어난다. 앞으로 얼마나 더 폭증할지도 모른다. 2050년 전후면 고갈될 것이라는 국민연금을 이 아이들은 어떻게 받게 될지 기약은 없다. 그런데도 코로나19로 나랏돈 푸는 것이 전 세계적 추세라고 둘러댄다. 코로나 이전부터 '일자리를 만든다' '경기를 살린다'며 돈을 아낌없이 풀었던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집권 초기, 정부는 그나마 재정의 마지노선이라던 GDP 대비 국채 비율 40%이하를 지키려 했다. 이를 무너뜨린 것은 문 대통령의 '근거가 뭐냐'는 발언이었다. 이후 국채 고삐는 완전히 풀렸다. 그로부터 3년도 안 돼 국채 천조(千兆) 시대를 맞았다. 재정건전성이 장점이던 나라가 재정건전성을 우려해야 하는 나라가 됐다. 재정을 걱정하면 '정말 나쁜 사람'이다.
문 정부 들어 손대는 일마다 엇길로 갔다. 월성 원전은 '언제 문 닫느냐'는 말에 2조원 이상이 허공에 떴다. 연장 운영을 위해 쓴 7천억원이 흔적도 없이 됐고 여기에 전기 생산 손실 1조3천억원이 더해졌다. 신한울 3·4호기는 어정쩡하게 중단돼 또 7천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탈원전과 수출은 별개라고 둘러대더니 임기 4년이 지나도록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을 원전 수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 사이 무너진 원전 생태계는 환전 불가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110조원의 예산을 퍼붓고도 최악의 일자리난이 벌어진다. 애꿎은 고용보험기금만 보험요율 인상에도 바닥을 드러냈다. 매년 흑자이던 건강보험 재정은 문재인 케어가 등장한 후 적자로 돌아섰다. 20조원이 넘게 쌓였던 적립금도 곧 바닥을 드러내게 생겼다.
문 정부는 이제 가덕도 신공항에 목을 매고 있다. 이 공항은 국토부 추산 28조원 이상이 드는 반면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모두 낙제점이다. 그러자 예비탕당성 조사 면제를 입법했다. 예타는 김대중 정부 시절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해 예산 낭비를 막자'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이 역시 이번 정부 들어 무력화했다. 2019년 지역균형발전 명분으로 정부는 총 24조원 규모의 전국 23개 사업을 예타 면제 대상으로 정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제 가덕도 공항까지 포함하면 이번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 규모는 1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가덕도 현장을 찾아 "신공항 예정지를 보니 가슴이 뛴다"고 했다. 이는 "제 가슴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고 했던 취임사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4년, 국민들은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경험했다. 앞으로 가덕도 공항을 두고 벌어질 일도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문 정부가 진정 거대한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은 가덕도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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