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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비판 전단 뿌렸다고 ‘모욕죄’로 처벌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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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7월 17일 국회 분수대 주변에 문재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를 비판하는 전단을 뿌린 혐의로 3년째 수사를 받아온 김정식(34) 씨가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8일 김 씨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고 김 씨에게 통보했다.

모욕죄는 형법상 친고죄다.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직접 고소해야 기소할 수 있다. 결국 문 대통령 본인이나 문 대통령이 위임한 사람이 김 씨를 고소했다는 얘기다. 경찰도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누가 고소했느냐는 김 씨의 물음에 경찰은 "누군지 뻔히 알 건데 내 입으로 못 말한다" "알면서 왜 묻나. 내 입으로 그게 나오면 안 된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물론 김 씨가 살포한 전단 내용은 객관적 견지에서 문제가 없지 않다. 전단은 문 대통령,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친일파의 후손이라고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문 대통령을 비방한 부분은 모욕, 나머지 여권 인사에 대한 구체적 사실이 담긴 부분은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 해도 문 대통령 측이 김 씨를 고소했다면 협량(狹量)하고 졸렬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대통령은 김 씨의 행동을 과도하기는 해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정치적 의사 표시 행위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없었던 일로 넘어갔어야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그래야 한다. 그게 대통령이란 직위가 요구하는 품위다. 어떻게 대통령이 일반 국민을 고소하나?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고 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인 2017년 방송에 출연해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때는 한껏 '대인배'인 척해 놓고 지금은 자신을 욕하는 사람을 고소하는 이중성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문 대통령이 나섰다면 고소를 취하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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