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이른바 '5극3특'을 앞세워 국가균형 발전에 드라이브를 걸자 중앙정부 입만 바라보는 지방정부 현실이 더욱 두드러진다. 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를 열겠다'며 각종 권한 지방이양 등이 활발히 논의됐으나 정권 교체 뒤 이러한 외침은 잦아드는 분위기다.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대규모 건설사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예비타당성조사 절차는 정부가 지방정부를 통제하는 대표적 '규제'로 오랜 기간 거론돼 왔다. 실제 예타 조사 수행 과정에서 지침상 기간을 넘기는 경우가 빈번해 그만큼 눈치 볼 필요 없는 정부의 입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부, 예타 수행기간 지침 형해화
14일 국회예산정책처 최근 발간한 2025년 회계연도 결산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철도기본계획수립을 위해 편성된 예산 100억500만원 중 실제 집행된 것은 46억7천만원에 그쳤다. 44억5천만원은 다음 연도로 이월됐고 8억8천500만원은 불용됐다.
국회예정처는 원인으로 철도건설 사업의 예타 조사 수행기간이 지침상 상한인 24개월보다 지연되는 일이 잦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철도기본계획수립 대상인 8개 철도건설 사업 중 예타 면제를 신청한 광주~대구 달빛철도 건설사업을 제외한 7개 사업 중 12개월 이내에 예타 조사가 완료된 사업은 없었다.
서해선~경부고속선 연결선 사업(16개월 소요)을 제외한 6개 사업은 최장 기한인 24개월 내에 예타 조사를 완료하지 못했다.
이들 사업의 예타 조사 장기 수행 사유로는 사업계획 변경 등으로 예타 검토를 위한 추가적인 기간이 소요된 경우가 ▷평택~부발 단선전철 ▷삼척~강릉 고속화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등 4건이었다.
광주~나주 광역철도, 가덕도신공항 철도 연결선 사업은 사회간접자본(SOC) 분과위, 재정사업평가위 등 행정 절차 소요로 예타 조사가 장기화된 사례다.
지역 관가에서는 정부의 SOC 예타 조사 지연이 만성적이어서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한 공무원은 "예타 조사 절차나 일정은 전적으로 중앙 정부에 달린 채 '깜깜이'로 진행된다. 지방정부는 기약 없이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TK 대형 SOC도 표류, 또 표류
대구경북(TK)이 추진 중인 주요 SOC 사업 중에서도 예타의 높은 문턱 탓에 장기간 지연·표류 중인 사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구 도심과 TK 신공항을 잇는 TK 광역철도 건설 사업은 2024년 6월 예타 조사에 착수했으나 24개월을 넘기도록 결론을 내지 못한 사례로 꼽힌다. 지난 13일에야 예타 조사 재정투자평가 분과위원회 종합평가를 겨우 마쳤고 긍정적 결과가 날 경우 기획예산처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최종 의결을 거친다.
다만 종합평가 결과가 언제 날지, 재정사업평가위가 언제 열릴지, 해당 회의 안건으로 TK 광역철도가 상정될지 등은 여전히 '깜깜이'로 남아 있다.
이 같은 사업 지연을 피하기 위해 예타 조사 우회를 위한 예타 면제를 추진하더라도 사업 진행이 속도를 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2024년 9월 예타 면제를 신청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달빛철도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당시 예타 면제 신청 근거를 만들기 위해 영·호남 정치권이 뭉쳐 '달빛철도특별법'까지 제정했지만 사업이 표류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2008년 광역경제권 발전 30대 선도프로젝트 선정 후 십수 년째 '추진 중'인 포항~영덕 간 고속도로 영일만 횡단구간(일명 영일만대교) 역시 예타 조사를 우회하기 위해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절차를 택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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