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지방 사립대도 살려야 한다

정극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정극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정극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회장)

"이제 대학산업은 사양산업이 됐다. 부실 대학에서 부도가 나서 교직원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고, 학생들의 등록금이 채권자에게 압류당하고, 주인이 바뀌고, 심지어 폐교 조치로 강제 퇴출당하는 대학까지 등장하고 있다."(김동훈 지음.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 1999)

22년 전의 이야기이다. 오늘날 대학의 현실은 어떤가. 올해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초유의 입학정원 미달 사태를 맞았다. 어느 사립대 총장은 재단으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기까지 했다. 이 또한 초유의 일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불러온 입학 자원의 절대적 감소는 이미 20년 전부터 예견돼 왔다. 위기가 목전에 임박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설사 인지했더라도 '강 건너 불 보듯' 한 안이한 대응의 결과였다. 입학 미달 쓰나미로 대부분 경상비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대비책 마련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국회는 올해 4월 23일 고등교육법 개정안과 5월 6일 국립대학법 제정안을 상임위에 회부했다.

고등교육법안은 2022년부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지방 국립대 등록금 전액 또는 50% 이상을 부담해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학비 부담을 완화해 수도권 쏠림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립대학법안은 지방 국립대가 무너지면 인재 고갈 및 지역사회 붕괴 등의 악영향을 미치게 돼 안정적 재정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대학 교육의 한 주체인 지방 사립대는 쏙 빠졌다. 지방 사립대는 무너져도 지역사회는 붕괴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치명적인 직격탄은 지방 사립대가 맞고 있는데 국가로부터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는 지방 국립대만 살리는 법안들이 통과하면 지방 사립대의 목숨줄은 경각에 이르게 된다.

지방대가 직면한 위기 극복에 국립대와 사립대가 왜 구분돼야 하는가. 지방 사립대가 학령인구 감소를 자초했다는 것인가. 인구절벽을 초래한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사립대는 국가를 대신해 국가 책무인 대학 교육을 묵묵히 수행하고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한 주체이다.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84%를 사립대학들이 맡고 있다.

대부분이 장기간 등록금 동결 및 입학금 폐지, 국가의 대학 재정지원 감소 등 국립대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대학 교육의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작금의 대량 입시 미달 사태의 수습과 해결에도 국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그 방안으로 첫째, 국가는 입시 미달 사태에 대한 책임 분담 차원에서 위기를 맞은 지방대에 대폭적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재정지원에 있어 국립대와 사립대 간 구분은 안 된다.

둘째,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엄격히 관리하고 특히 수도권 대학의 정원 외 입학을 과감히 없애야 한다. 수도권 쏠림은 대학 양극화를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셋째, 지방 사립대에 모집 유보 정원제를 적용해 탄력적 정원 운영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지방 사립대에 자구책 마련의 기회를 줘야 한다.

넷째, 지방 국립대의 등록금 지원과 같은 사립대학 재정지원법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다섯째, 대학에 지원되는 고등교육 재정지원 방식을 현재의 특정 목적 사업비 방식이 아니라 일정 부분 경상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 사립대도 같이 살려야 한다. 입시 미달 대학이 곧 부실 대학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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