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은 다르지만 속사정이 비슷한 두 동네가 있다. 대구 남구 대명3동과 서구 비산2‧3동이다. 계명대 대명캠퍼스가 있는 대명3동은 과거에 주민들과 학생들이 어우러져 살던 정겨운 곳이었다. 인근에 염색산업단지가 있는 비산2‧3동 역시 1980·90년대 섬유산업 호황 시절에 빈방이 없을 정도로 근로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쇠퇴는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시작됐다. 25년 전 계명대 성서캠퍼스가 생기면서 대명3동의 학생들은 달서구로 옮겨갔고, 섬유산업이 침체의 길로 접어들자 세를 살던 비산2‧3동 주민은 우르르 떠나갔다.
두 동네는 그 때 이후로 시간이 멈춰버렸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오랜 주택과 하숙방, 쪽방 등 주거 형태도 그대로다. 주민들은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고자 월세를 낮춰보지만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유입이 대부분이다. 비산2‧3동은 인근 중구의 재개발로 갈 곳 없는 저소득층이 이사를 오는 곳이 됐다.
두 곳 모두 ▷인구 증감률 ▷65세 이상 인구 비중 ▷연간 사망자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6개 지표에서도 큰 변화를 보였다.
2015~2020년 사이 대명3동과 비산2‧3동의 인구 증감률은 각각 –21.8%, -14.6%로 대구시 평균 –2.8%에 비해 급속하게 인구가 줄었다. 노인 비율 역시 19.1%에서 25.6%(대명3동)로, 22.8%에서 30.3%(비산 2‧3동)로 증가했다. 1천 명당 기초생활수급자도 각각 82명에서 110명, 74명에서 130명으로 크게 늘었다.
주거환경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데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형편마저 넉넉지 못하니 동네는 더 열악해졌다. 모두 집 문을 걸어 잠그고 도통 밖에 나오질 않으니 주민들 간의 '구심점'도 사라져간다. 구청은 낡은 동네를 개선하고자 도시재생사업에 열을 올려보지만 정작 주민들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서구 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영구임대주택에 사는 수급자들은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공통점으로 잘 뭉칠 수 있지만, 단독주택일수록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이 약해진다. 골목도 좁고 집들도 붙어 있어 경계가 불명확하니 모니터링도 힘들다. 게다가 집 안에만 있는 주민들도 많아 소통이 쉽지 않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문형배 家 미묘한 증여…헌재 "청문회도 아닌데"
'문형배 탄핵 동의' 10만 돌파…권영세 "헌재 불신 확대"
[시대의 창-김노주] 영국 '타임스'가 본 2·28민주운동
김현태 707단장 "내 임무는 국회 봉쇄, 진입 의사 없었다"
항공사진 AI 분석, 동대구역에 15만 인파…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한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