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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폭우와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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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한국과 일본은 연일 물난리다. 39년 만에 가장 늦은 장마가 시작되면서 남부지방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상 기후에 따른 이변이 빈발하자 '게릴라성 호우'나 '열돔'(Heat Dome) 같은 기상 용어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지난 3일 일본 시즈오카현 아타미(熱海)시 이즈산 지역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기후 리스크'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즈산 일대에 48시간 동안 내린 강수량은 313㎜였다. 평년 7월 한 달 강우량 242.5㎜보다 더 많은 비가 이틀 만에 쏟아진 것이다. '100년 만의 폭우'에 토양이 물러지면서 시속 30㎞ 속도의 토사가 민가를 덮쳤다. 아타미시 당국은 사망·실종자 수가 최대 100명 선을 넘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이변은 북반구의 '열돔' 현상이다. 캐나다 남서부와 미국 북서부 지역, 러시아 등 고위도 지역 곳곳이 6월 내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렸다. 열돔은 제트기류의 약화로 고기압이 정체되면서 지열에 데워진 공기가 갇혀 나타나는 고온 현상이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설명대로 '압력솥 같은 효과'를 내는 이상 기후다.

평년 6월 평균 기온이 25℃인 캐나다 산간 마을의 수은주가 49.6℃로 치솟자 열대야에다 고온에 따른 화재까지 발생해 온 마을이 잿더미가 됐다. 지난달 23일 모스크바 기온은 역대 6월 최고인 34.8℃였고, 동토 시베리아와 북극해 주변 온도도 연일 30℃를 웃돌 정도이니 분명 정상은 아니다. 인도 북서부 지역 또한 늦은 몬순의 영향으로 40℃를 넘는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지구 곳곳에서 비슷한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그 배경과 원인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호우와 열풍이 더 잦아지고 강력해질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기상학자들은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 요인이 없다면 요즘 같은 극단적인 고온 현상은 '1만 년에 1번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15년에 1번꼴'로 빈번해진 것이다. 만약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재앙의 주기는 더 짧아질 것이다. 현재의 이상 기후는 과학자의 경고를 넘어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최후의 경고장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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