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국민의힘 전격 입당, "함께 정치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자"
굳이 정치성향을 보수·진보로 구분하자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보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삶의 궤적과 정치 참여 선언 이후의 행보를 종합하면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라고 한다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원칙적인 보수, 따뜻한 보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원칙적이고 따뜻하다'는 말 속에는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속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약육강식의 '천민 자본주의'가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 '수구·꼴통이 아닌 시대변화와 시대정신을 포용하는 합리적 개혁적 보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합리적 개혁적 보수'가 갖는 장점도 있습니다. 얼핏 보수인듯 진보인듯 헷갈리는 경우도 있지만 '합리적' '개혁적' 특성 덕분에 보수와 진보를 함께 아우르는 세상을 열어갈 수 있습니다. '수구·꼴통' 좌파와 우파 입장에서 볼 때 '회색지대' 같은 느낌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기회주의적이라는 의미의 '회색'이 아니라, 이념에 집착하거나 매몰되지 않고 합리적 개혁적으로 접근한다는 측면에서 탈(脫) 이념의 시대에 적합한 사상과 정치적 입장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정치 행보는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15일 제1야당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습니다. 지난 7일 언론에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힌 지 8일 만이고, 지난달 28일 감사원장 직(職) 사퇴 이후 17일 만입니다. 입당식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정당 밖에서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정당에 들어가서 함께 정치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는 것이 바른 생각이라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또 "입당 마지막 결정은 사실 어젯밤 밤새 고민하며 결정한 것이다. 개인적 유불리를 떠나 저와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빨리 만나 나라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장을 하면서 (입당) 생각한 적은 없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 도저히 직을 수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은 우리나라 장래가 어떻게 갈지 우려한다. 현재 정부가 수행하는 정책들이 지속 가능한가에 많은 의문이 있다. 이 정부가 현재의 방향대로 그대로 간다면 어려움이 닥칠 거라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고 언급해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설명했습니다.
판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판단'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적 이해관계와 유·불리를 중시하기 보다 '원칙을 중시하는 보수 성향'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집권 민주당은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대권 욕심에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망쳤다" "감사원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반헌법적 사례"라면서 맹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최재형 전 원장은 현재 '대선 출마 선언문' 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측근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출마 선언문에는 임기 만료 6개월을 앞두고 감사원장 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한 구체적인 이유가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여권의 우려처럼 최재형 전 원장이 감사원장 재직 기간 중에 받은 정권의 부당한 정치적 외압을 폭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전언입니다.
특히 출마 선언문에는 3년 6개월 간 감사원장을 지내면서 파악한 국정 전반의 구조적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이것만은 정말 제대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대선 출마 선언문의 핵심 내용이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최재형다운 행보'는 한국전쟁의 영웅인 부친 故(고)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삼우제가 열린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나타났습니다. 최재형 전 원장은 11일 선친의 삼우제를 마친 뒤, 백선엽 장군 묘소와 천안함 46용사 묘역, 제2연평해전 전사자 및 연평도 포격 전사자 묘역을 차례로 찾아 '거수경례'로 참배했습니다.
한국전쟁 다부동 전투에서 승리를 거둡으로써 김일성의 적화야욕을 분쇄했고, 그 때문에 종북(從北) 좌파들로부터 집요한 '억지' 친일 프레임 공격을 받고 있는 백선엽 장군 묘소를 찾아 거수경례로 참배한 것은 다른 보수 정치인들에게선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또 주목할 만한 발언이 있습니다. 최재형 전 원장은 취재진에게 "많은 분이 저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안으로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 평생 살면서 남이 잘못되는 것이 제 이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데 그 분과의 협력관계는 좀 더 고민해 보고 말을 드리겠다"고 한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을 무너뜨리거나 공격해서 내가 득을 보는 식의 정치와는 선을 긋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도 합니다.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의 당내 경선 모습과 많이 대비됩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어떤 소명(召命; 사람이 하늘의 일을 하도록 부르심을 받는 일)과 사명감으로 정치에 입문했는 지를 수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응원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재형 전 원장은 국민들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증명하며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주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윤석열, "국민께 절대 실망시켜 드릴 일 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앞서, 지난 12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예비 후보 등록' 첫날 야권에선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과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예비 등록 후 "공정과 상식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나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았습니다. 당분간 '국민의힘 입당'은 염두에 두지 않고 '독자 행보'를 계속하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는 확실히 차별화 되어 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15일 최재형 전 원장의 국민의힘 전격 입당에 대해 "정치하는 분들의 각자 상황에 대한 판단과 선택을 존중한다. 손해를 보더라도 한번 정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걸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변화에 대해서도 "하락할 수도 있고 뭐 그런 거 아니겠느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대안이 아닌 내 자신을 선택받고 싶다'는 최재형 전 원장의 말씀이나, '이해관계가 아닌 소신과 철학을 바탕으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윤석열 전 총장의 말씀이 모두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입니다.
올해 3월 4일 검찰총장 직(職)을 사퇴한 뒤, 117일 만에 정치 참여를 선언한 윤석열 전 총장은 그동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 등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다 이탈한 소위 탈문(脫文) 진보 인사들을 접촉하면서 외연을 확장해 왔습니다.
12일에는 진보진영의 원로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났고, 최재형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15일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방문해 외교·안보, 기후변화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17일에는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등 본격적인 호남 행보에도 나섰습니다. 보수와 함께 중도·진보 지지층도 끌어안겠다는 '빅 플레이트(큰 접시)'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대선 경쟁의 선두 주자인 만큼 이번주에도 각종 언론 인터뷰가 쏟아졌습니다. 민감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등 수사를 받다가 목숨을 끊은 사람들 등에 대한 야권 내부의 비판을 어떻게 풀 것이냐?"는 질문에 잠시 침묵하다 답변을 이어갔습니다.
"그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척 아프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로 인해 가슴 아픈 일을 겪은 모든 분들에게 위로와 유감을 표한다. …정권 초기 수사뿐 아니라 검사는 수사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는 분들을 최대한 배려하고 늘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분들이 저에 대해서 섭섭한 감정을 가지고, 경우에 따라서 원한까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덧붙여 "(저의) 검사 생활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선택해야 할 때도 있지만 (수사를 맡도록) 선택받을 때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윤석열 X파일'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아무 근거도 없이, 비방을 위한 비방만 난무한다면 굳이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국민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다. 저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않았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너무 지나친 듯한 자신감이 오히려 걱정스럽습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사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김대업의 병역 비리 거짓말' 때문에 대권을 놓쳤고, 2017년 대선 때는 '드루킹의 댓글 조작·공작'이 난무했습니다. 상대는 거짓과 공작, 음모의 달인들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외교안보에 대해서도 확고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한미 관계는 빈틈이 없어야 하고, 그래야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존중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외교안보는 공고한 한미동맹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미 관계는 상수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한미관계를 변수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 사드 추가 배치를 안 하면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합의를 이행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제분야와 관련해서 "현금 복지는 보편적이기보단 지급 대상을 특정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세금은 경제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인데, 비용이 많아지면 경제활동이 위축되기 마련이다. 걷어서 나눠줄 거면 안 걷는 게 좋다. 다만 의료서비스나 교육서비스, 노인 요양 서비스 같은 경우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 전 국민적으로 확대를 하면 새 산업이 창출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런저런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본인의 말처럼 '진짜 중요한 것은 올바른 가치관과 철학, 열린마음'입니다. 대통령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 없고 전문가일 필요도 없습니다. 만일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지도자가 있다면 마치 '관심법(觀心法)'을 한다는 궁예처럼 '최악의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국정에 대한 벼락치기 공부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의사결정을 대통령이 다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좋은 사람을 잘 선발해서 위임할 것이다. 대통령이 전 분야에 대한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개인적 욕망보다 정권교체가 먼저"…정권교체 교차로에서 최재형 만나 협력할 것!
기우(杞憂)일 수 있지만 개성이 강한 윤석열과 최재형이라는 두 인물이 '각자의 길'을 너무 멀리 가다보면 범야권의 분열을 초래해 정권교체라는 다수 국민의 염원에 암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런 걱정은 '기우(杞憂)'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 모두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윤석열과 최재형은 정치꾼이 아니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정치꾼은 눈 앞의 이익에 골몰하지만 대인(大人)은 훨씬 멀리를 봅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은 다르기 때문에 얼마든지 상호보완적 관계를 정립할 수 있습니다.
또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그 당시 왜 그렇게 상생의 경쟁이 아닌 상살(相殺)의 경쟁을 했는지 아쉬워집니다. 아마 정치꾼들의 목소리와 이권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치열하고 최선을 다하는 경쟁은 좋습니다. 그렇다고 서로 원수가 되는 것은 공도동망(共倒同亡; 함께 넘어지고 같이 망함) 하는 길입니다. 지금 보수 정치권이 바로 그런 꼴입니다.
범야권 대선주자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진보 원로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나 나눈 대화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장집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적폐 청산을 모토로 하는 과거 청산 방식은 한국 정치와 사회에 극단적 양극화를 불러들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 분열을 초래했다.…적폐 청산을 내건 개혁 열풍은 진보 정치가들을 입만 열면 개혁을 주창하게 하는 '개혁꾼'으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 전 총장은 "그런 상황이 정권 교체의 역사적 소명과 신념을 강화시켜준다. 정권 교체를 하지 않으면 개악을 개혁이라 말하는 개혁꾼들, 독재와 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 판치는 나라가 될 것이다. 승자독식은 절대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중앙선관위 대선 후보 등록을 대신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캠프 총괄)도 후보 등록 직후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아홉가지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 생각에 동의하면 누구라도 만날 용의가 있다"는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문을 상기시키며 "그런 맥락에서 보면 된다"고 했습니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더욱 확실하게 의지를 밝혔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최 전 원장과의 단일화를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개인의 정치적 욕망을 추구하기보다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의 단일화를 포함해 정권교체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어떤 결단도 내리겠다'고 명확히 선언했습니다.
아마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출마 선언문에도 '정권교체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담길 것으로 전망합니다. 최재형 전 원장이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 고(故) 최영섭 대령의 '대한민국을 밝혀라'는 유언이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열렬히' 지지하시는 분들도 계실테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호감을 갖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각자의 후보에게 성원과 지지를 보내시면 됩니다. 다만 '언젠가 우리는 함께 대한민국을 밝힐 동지'라는 사실만은 잊지 않기를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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