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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두터운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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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하 지음/ 안나푸르나 펴냄

부다페스트 시에 있는 헝가리 국회의사당 전경.
부다페스트 시에 있는 헝가리 국회의사당 전경.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좁아진 현재, 언제가는 그 길도 넓혀지겠지. 그러면 마음껏 못다한 여행을 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때를 대비해 여행할 장소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을 쌓아둔다면 직접 현장에 갔을 때의 감회는 더욱 클 것이다.

책은 1982년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는 재영칼럼리스트인 저자가 예술문화역사 해설사 공인자격증을 취득하고 영국을 비롯해 유럽문화권 전반에 대해 쓴 유럽 대중 인문서에 속한다.

책의 구성은 어떤 공간에서 출발하는 식인데, 가령 빅톨 위고는 '건지섬'에서, 뭉크는 '오슬로'를, 리스트는 '부다페스트'에서, 고흐는 남프랑스 '아를'에서 찾고 있다. 예컨데, 고흐 편에서는 여인숙 다락방 곰팡이 악취가 생과 사를 넘나들었던 그의 마지막을 여행자에게 재현해 주는 식으로 말이다.

특히 뭉크 편에서는 '뭉크와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며 딱 잘라 말하면서도 현장 속에서 직접 질문하고 답변을 얻는 방식으로 설명함으로써 유럽 곳곳의 그냥 볼 수 없는 분위기에 한껏 젖어들게 만든다.

책은 이런 식으로 1장에서 예술가의 삶을 좇고 삶 속에 예술을 바라보는 감성을 키워나간다면, 2장은 정치나 종교 등 역사 속 인물과 인연이 있던 지역을 탐험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럽의 역사가 단 하나도 우연으로 이뤄진 것은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축적된 시간의 거대한 그늘에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역사는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덧붙여 여행의 방법도 조언함으로써 저자의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가감없이 적시하고 있다.

마지막 3장은 도시에 집중하는 데, 읽으면서 놀랍고 아름다운 자연 정취 속에 지친 여행자 자신을 내맡기면 비로소 삶에 한 조각의 여유와 맑은 공기를 순환할 여유를 가지게 한다. 챕터 말미에는 주요한 인물의 어록을 발췌해 담았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면에 제목처럼 책이 두터운 관계로 방대한 정보는 담고 있으나 글의 무게와 양이라는 측면에서는 완독하기에 조금 버거운 면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문명서나 여행지침서와 달리 완전히 다른 감각과 체제로 책을 구성해 찬찬히 읽어가다 보면 의외로 많은 역사와 지리적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탄탄한 유럽을 이루고 있는 두터운 문화의 즐거움과 조우하게 된다. 588쪽, 3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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