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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 장욱진(1917-1990)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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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연구자

종이에 채색, 38×28㎝, 개인 소장
종이에 채색, 38×28㎝, 개인 소장

서양화가 장욱진이 한지에 먹으로 그린 자화상이다. 세어보니 15번 남짓 종이에 붓을 댔다. 심플(simple)이 항상 되풀이 내세우는 단골말이던 그답게 자신의 모습도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그렸다. 일인 그림과 휴식인 술 그 두 가지가 인생의 전부였던 만큼이나 장욱진은 간결한 그림을 그렸다. 반신상으로 그리면서 몸체를 생략한 그 자리에 '욱(旭) 一九八六'(1986)으로 서명하고 인장 '장욱진'(張旭鎭)을 찍었다. 백내장 수술을 한 후 쓰게 된 안경을 낀 70세 때 모습이다.

장욱진의 심플은 선(禪)과 닮았다. 선불교는 성전과 성상, 경전과 사제를 넘어 부처의 마음에 내 마음을 직접 접속하는 몰입의 참선을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깨침을 추구한다. 신의 형상을 모시지 않아도, 거대한 사원을 짓지 않아도, 맥락과 진의를 다 담지 못하는 말씀의 기록이 없어도, 사제의 도움이 아니라도 내 마음으로 부처를 이룰 수 있다고 한 것이 선(禪)이다. 선은 종교를 떠나 어떤 사고방식이자 세계관인 것 같다.

선(禪)의 종지와 수행 방식은 회화에서 선화(禪畵)를 낳았다. 선화는 묘사와 색채와 이미 죽은 대가들의 준법과 쌓여온 회화적 관습의 도움 없이 핵심을 곧바로 드러내는 그림이다. 방법은 대상의 본질을 꿰뚫는 심미적 직관이고, 수단은 붓질을 덜어내 최소화시켜 표현하는 감필묘(減筆描), 감필법(減筆法)이다. 단도직입의 통찰이 예민한 손과 만나 순식간에 이미지로 표출된 것이 선화이다. 살을 덜어내고 때로는 뼈까지 깎아낸다.

초상화의 고전이론은 전신(傳神), 전신사조(傳神寫照), 신사(神似)라고 해서 신체적 특징보다 인물의 내면적 풍모가 그림에 드러날 것을 요구한다. 마음이 통하면 긴말이 필요 없듯 생김새보다 그 사람다움을 온전히 전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사실 어려운 주문이다. 선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었는가의 가부를 판단하는 것은 그 경지에 도달했다고 인정받은 선배이다. 한 화가의 작품과 그런 작품으로 귀결된 그의 삶에 공감 하는가 아닌가는 전적으로 감상자의 몫이다. "멋진데!"라고 하면 그는 인가를 받은 것이다.

그림은 어떤 대상이나 상황을 떠올리게 하고 유추하게 하여 마음에 울림을 주는 실마리이다. '자화상'은 그의 단순함에 대한 아이 같은 열망의 자취가 자신의 얼굴로 화면에 응결된 증명이다. 사진보다 더 실감나게 장욱진의 인상을 전해준다. 장욱진의 '자화상'은 그의 심플에 대한 진지함과 열렬함이 해학으로 승화된 그림이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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