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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담배와 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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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담박고야 담박고야/ …/ 너의 나라 어디인데/ 우리 대한에 나왔느냐/ …/ 보는 것마다 다 빼앗아가네/ 피지 말고 팔지를 마소/ …/ 집도 팔고 땅도 팔면/ 우리는 장차 어디에서 살고/ …/ 내 나라를 사랑커든/ …/ 제 정신을 차리어서/ …/ 세계의 상등국이 되어보세.'

조선에 담배가 수입되자 전국으로 퍼졌다. 담배 피우느라 돈이 궁해 집도 팔고 땅도 팔아 민족 자본을 갉아먹는 일이 생기자 담배를 '피지 말고 팔지 말자'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커진 담배 폐해로 1907년 7월 5일 『대한매일신보』에는 '담박고 타령'을 통해 금연(禁煙)을 촉구하는 글도 실렸다.

마침 1907년 2월 21일 대구에서는 군민들이 담배를 끊자는 '단연회'를 꾸리고 군민대회를 열어 일본에 진 빚 1천300만 원을 갚자는 뜻을 세상에 전한 터였다. 이후 금연 운동이 퍼지면서 나라 안팎에서는 2천만 백성이 석 달, 90일만 담배를 끊어 국채 1천300만 원을 갚자고 나서지 않았던가.

이런 금연과 국채 갚기 운동에는 모두 하나였다. 대구의 기생 염농산(앵무)을 비롯한 전국 기녀들이 패물을 내기도 했고, 한 푼 두 푼 정성껏 모은 돈을 기부하는 행렬에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염농산의 거액 기부금 쾌척 소식 전파는 내로라하는 고관대작과 남성을 부끄럽게 하고 남을 만했다.

물론 이 운동은 일제 탄압으로 좌절됐다. 반면 일제의 담배 판촉은 계속됐고 흡연도 이어졌다. 일제는 담배 판촉을 위해 금연에 앞장섰던 기생까지 등장시켜 광고물을 만들었다. 1910년 일본 담배전매청과 무라이(村井)형제상회가 만든 21매짜리 담배 홍보물에는 21명의 한국인 기녀를 선보였다.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의 국채보상운동기념관 개관 10주년 특별 기획 '담배를 끊으면 나라가 산다'는 전시회에 21명 기녀 사진이 실린 담배 홍보물이 소개됐다. 이들 기녀 사진에는 금연을 외친 염농산, 독립운동에 투신한 대구경북의 현계옥·정칠성·어재하 등 의기(義妓)를 비롯한 한국 기녀가 겪은 굴곡진 역사가 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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