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익희 교수 "내수 부진, 소득 불평등과 부의 편중이 원인"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지상 강연] '돈의 인문학…경제 읽는 법' 주제
기술 발달 생산성 향상 공급 넘쳐…소수에 돈 몰리면 곳간 축척·투기
저금리·저투자·저성장 등 이어져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가 15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임경희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디지털국장 제공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가 15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임경희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디지털국장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2017년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 소득이 늘어난 계층은 상위 1%뿐이었고, 차상위 9%는 현상 유지였으며, 나머지 90%의 점유율은 계속 줄었습니다. 빈부격차의 주범이 된 양적완화에 대한 반성이 시작됐고, 이제는 하위 50% 사람들의 붕괴를 내버려둘 수 없는 상황입니다."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는 15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돈의 인문학, 인문학자의 경제 읽는 법'을 주제로 강연을 열고 이같이 설명했다.

홍 전 교수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경남무역관 관장과 뉴욕무역관 부관장, 밀라노무역관 관장 등을 지낸 뒤 정년퇴직했고, 세종대에서 교편을 잡다 두 번째로 퇴직했다. '유대인 이야기'와 '유대인 경제사' 등의 베스트셀러를 냈고, 수출 전선 한복판에서 32년간 겪어온 풍부한 경험을 기반으로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인기가 높다.

'한국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닮아가는 걸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한 홍 전 교수는 "자신 있게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일본은 1980년대 들어 세계 10대 기업 중 8개를 보유할 정도로 강한 제조업 국가가 됐지만, 도쿄 땅값이 미국 전체를 추월하고 세계 10대 은행이 모두 일본 소재 은행인 등 자산시장으로의 투자가 가속화되면서 기업들이 재테크에 빠져 기업가 본연의 자세를 잊고 돈놀이에 혈안이 됐다"고 했다.

이어 "여기에 외부적으로는 플라자 합의에 의한 환율 전쟁, 처음에는 미국에 맞다가 나중에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협공당해 엄청나게 경쟁력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경제는 아직 수출 중심이고, 세계 경제 둔화에 따라 함께 하향 국면에 접어든 것이고, 아직 과감하게 쓸 수 있는 정책들이 남아있다"고 낙관했다.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가 15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임경희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디지털국장 제공
홍익희 전 세종대 교수가 15일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임경희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디지털국장 제공

그는 그럼에도 '저금리·저투자·저성장·저물가'의 이른바 '뉴 노멀'이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공급 과잉과 소비 부진의 두 측면에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전 교수는 "과학기술 발달로 생산성이 향상돼 공급은 차고 넘치는데, 어느 나라고 간에 내수가 제대로 살아나질 않는다"며 "소득 불평등과 부의 편중이 그 원인이다. 중산층이나 서민들은 버는 대로 소비로 환원되는데, 어느 한 사람에게 돈이 몰리면 결국 곳간에 축적되거나 다른 자산에 투자 혹은 투기용으로 쓰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빈부격차의 주범이 된 양적완화에 대한 반성이 시작됐고, 기본소득과 현대 통화이론을 포용하는 미국 경기부양책을 낳았다. 이제 기본소득은 막기 어려워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교수는 "인간의 자정 능력으로 시스템이 바뀌는 것이 맞지만, 인간의 탐욕은 그렇게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부의 재분배는 인간의 힘으로 대응하기 힘든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때 실행된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런 변곡점에 우리를 세워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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