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올해도 어김없이 마음을 보낸다

김지혜 그림책서점
김지혜 그림책서점 '소소밀밀' 대표

크리스마스가 돌아올 때면, 알람처럼 알려주는 문자 한 통이 있다.

"안녕하세요. 꽃님이 이모예요. 크리스마스 이브가 생일인 꽃님이의 일곱 번째 생일이 다가오고 있어요. 이번에도 생일에 맞춰 그림책 꾸러미를 보내주실 수 있나요?"

서점을 오픈했을 때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조카의 생일 선물을 주문하는 손님이다. 아직 서점에는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아서, 손님이라는 단어가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대신 조카인 꽃님이네 가족이 6년 전에 서점에 다녀갔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난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이었고, 마감시간이었다. 당시 우리 서점은 지금처럼 방문자가 많지 않았다. 찾아오기에는 힘든 곳이었지만, 한번 문을 열고 들어오면 책을 앞에 두고 넉넉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 따뜻한 카페트가 깔려 있어 바닥에 앉아 책을 볼 수도 있었고, 테이블이 있는 의자에 앉아 보리차를 나눠 마시기도 했다. 공간이 작아서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가까워질 수 있었다.

아기를 안고 오는 가족은 아무래도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꽃님이는 돌을 앞둔 아기였다. 아기 엄마는 아기의 생일 선물로 책을 사주고 싶은데, 아기 책은 사본 적이 없어 찾아 왔다고 했다.

"멀리서 오셨어요"라고 물으니 경기도에서 왔다고 했다. 그렇게 나서기에는 너무 먼 거리인데, 마음이 쓰였다. 나는 얼른 따뜻한 차를 내어드렸다. 데워진 차를 호호 불자, 창문 밖에 서린 김이 더 짙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책을 골라주는 것도 잊고, 아기와 함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숙소와 저녁식사를 할 만한 곳을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꽃님이 책을 골라주었다. 그림책은 아기에게 말을 거는 첫 책이니까.

다음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날이었다. 이번에는 꽃님이 이모에게 문자가 왔다. 그는 꽃님이의 두 번째 생일선물도 그림책이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두돌이 된 꽃님이를 생각하며 성심껏 책을 골랐다. 이모의 마음을 담은 문자를 손글씨로 옮겨 적고, 나의 축하메시지도 함께 보냈다. 그렇게 우리는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면, 꽃님이의 생일 선물을 준비해 보내고 있다.

꽃님이는 이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엄마 품에 안겨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봤던 얼굴이 선한데, 감회가 남달랐다. 아이의 성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책'이라는 단단함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모두 같은 마음으로 꽃님이가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로 성장하길 바랐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고 했던가. 나도 그 마을 속에 있는 것만 같다.

올해도 어김없이 꽃님이에게 보낼 그림책을 쓰다듬으며, 상자에 가지런하게 담았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태어난 꽃님아, 생일 축하해. 언제나 응원할게"라는 메시지도 함께.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