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엄마, 나 화장실"
침대 위에 누운 남편 최만석(가명·51) 씨가 다급하게 아내를 부른다. 거실 겸 부엌에 앉아 있던 남미숙(가명·51) 씨는 소변 통을 들고 남편 곁으로 간다. '쉬-쉬' 소리를 내뱉으며 남편의 소변을 유도해보지만 최 씨는 소변 통을 이용하는 게 영 탐탁지 않다. 직접 화장실로 가고 싶지만 아들이 오기 전까지 꼼짝없이 침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얼마 전 화장실로 가다 넘어져 엉덩이뼈가 부러졌다.
소변 통을 치운 지 10분도 안 돼 다시 최 씨가 소변이 마렵다며 남 씨를 부른다. 남 씨는 온종일 남편 병간호에 매달려 있다.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
최 씨는 지난해 뇌출혈로 쓰러졌다. 일용직을 전전하던 최 씨는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기절했고 한 달 만에 깨어났다. 건강 상태는 엉망진창이었다. 뇌혈관이 좁아지는 희귀 질환인 모야모야병이 있었던 데다 뇌출혈과 함께 뇌병변 장애, 경도성 정신지체 장애가 왔다. 지능마저 5, 6세 어린아이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순간에 망가진 남편을 남 씨는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지독하게 가난했고 대출금을 갚지 못해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살아야 했던 남 씨였지만 그래도 남편이 있어 든든했다. 3살 때 집을 나간 엄마, 일찍이 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로 12살에 남 씨는 가장이 됐다. 세 살 터울 남동생과 살아남기 위해 중학교 진학도 포기한 채 신문 배달, 식당 설거지, 버스 매표 관리원 등을 전전했다. 성인이 된 후 처음 마음을 터놓고 만난 이가 남편이었다.
둘 사이에 아들이 생기고 남 씨 부부는 대구에서 터전을 잡았다. 하지만 남편이 다니던 회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생활도 점차 무너졌다. 빚은 자꾸만 늘었고 카드로 돌려막다 남편은 파산했다. 기회를 놓쳐 파산 신청을 하지 못한 남 씨로 가족은 빚쟁이를 피해 이사도 많이 다녔다. 잦은 이사 때마다 주소지를 옮기지 못한 남 씨는 결국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돼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기도 했다.
그런 남 씨에게 중요한 건 주민등록번호가 아니었다. 남편은 일용직에 뛰어들었지만 대출금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남 씨는 신분 확인이 크게 필요 없는 시장, 식당 설거지 등을 전전하며 돈을 벌어 생활비에 보탰다. 끊임없는 빚의 굴레에 주민등록번호를 되살리는 건 늘 후순위였다. 아플 때도 병원을 갈 수 없어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 먹으며 버텼다.
◆아들 월급에만 의지
부부의 유일한 희망은 아들이지만 남 씨는 속이 탄다. 부모의 온갖 고생을 봐 온 아들 대형(가명·27) 씨는 일찍 철이 들어 성인이 되자마자 일터에 뛰어들었다. 택배 회사에서 일을 하는 아들의 월급은 모조리 부모의 대출금을 갚는 데 사용됐다. 어느덧 4년 차이지만 적금 하나 못 넣은 아들 모습에 남 씨는 억장이 무너지고 만다. 연신 미안하다며 눈물 흘리던 엄마의 모습에 "내가 있으니 걱정 말라"며 아들은 오히려 남 씨를 다독여준다.
하지만 최 씨가 쓰러지면서 이제 아들 월급 190만원으로도 생활은 더 어렵게 됐다. 남 씨마저 남편 병간호로 일터에 나가지를 못한다. 남편 입원으로 보호자 등록이 필요했던 남 씨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 주민등록번호를 회생시켰고 복지사의 도움으로 기초생활수급자도 됐지만 써야 할 돈은 감당이 되지 않는다.
아직 다 갚지 못한 대출금이 1천만원에 달하는 데다 기저귓값 등 나갈 생활비가 많다. 최근 최 씨가 넘어지면서 엉덩이뼈가 부러졌지만 돈이 없어 하반신 마비가 된다는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 씨는 남편을 데리고 집에 데려와야 했다. '수술 없이도 저절로 붙겠지'하는 비참한 희망을 품어본다.
모두 연락이 끊겨 도움을 요청할 가족도 없다는 남 씨. 이른 나이부터 해온 고생 탓인지 마디가 다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남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가만히 누워있던 최 씨는 그만 울음을 크게 터뜨렸다.
휘황찬란한 도시의 아파트 속, 존재조차 알기 어려운 아주 작은 단칸방 속에서 세 식구가 추운 겨울을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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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딸 홀로 돌보는 간경화와 알코올 중독 앓는 엄마 한보영 씨에 2,108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남편 사업 실패 후 스트레스 커지면서 알코올 중독에 빠지면서 간경화와 다리 괴사 앓고 있지만 딸을 홀로 돌봐야하는 한보영(매일신문 12월 14일 자 10면) 씨에게 2천108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삼이시스템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박수정 30만원 ▷박소현 10만원 ▷이병희 10만원 ▷전우식 5만원 ▷하혜련 5만원 ▷강종수 3만원 ▷김종균 3만원 ▷곽동희 2만원 ▷김미정 1만원 ▷유명희 1만원 ▷'김나현쌤' 7만원 ▷'김민규안유미' 5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들 부부 대신 홀로 손주 넷 돌보는 서지선 씨에 1,920만원 성금
며느리는 가출했고 아들은 암 투병 중 세상 떠나 홀로 손주 넷 돌보는 서지선(매일신문 12월 21일 자 10면) 씨에게 47개 단체 186명의 독자가 1천920만9천70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이일우) 45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매일신문 사회부 일동 20만원 ▷봉산교회(김명묵)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바른경영연구원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까꾸리웰빙손칼국수(이미숙)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보영) 10만원 ▷봉산성결교회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현대전산인쇄㈜(이기복) 10만원 ▷혜민학원(조현모)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느티나무한약국 5만원 ▷더좋은이름연구소(성병찬) 5만원 ▷도개종합건설(김현수)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황금손부동산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하나회 1만원
▷김상태 100만원 ▷이정추 60만원 ▷김진숙 50만원 ▷이신덕 30만원 ▷김옥선 박철기 송은현 유우형 각 20만원 ▷곽용 김두한 김득수 김문오 김상수 김선우 김용환 김주영 김초록 박정희 서정섭 여병민 윤순희 이재명 장정순 전시형 조득환 최영조 최창규 허창옥 각 10만원 ▷신지연 7만7천700원 ▷홍종배 6만원 ▷김지연 남영희 박덕근 배일권 백미화 변대석 서정오 송재일 안대용 오소춘 유윤옥 유홍주 윤순영 윤지영 이경자 이동기 이미열 이석우 이진술 이창영 임채숙 전우식 전준석 정원수 조현익 진국성 최상수 최종호 각 5만원 ▷강혜림 권규돈 김병삼 김점숙 김종균 김해윤 박종문 박후명 변현택 손외준 신광련 윤선희 이서연 이영재 이종완 임화자 장충길 정종기 조재순 최춘희 하경석 각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강두석 김균섭 김문정 김성묵 김태욱 류원정 류휘열 박기영 박은경 석보리 손진호 신윤경 신종욱 안병주 이경애 이상노 이상준 이서현 이영철 이운호 이해수 최균수 최선태 허정 홍정아 각 2만원 ▷김갑용 조인숙 각 1만5천원 ▷강진희 권보형 권오영 권오현 권재현 김경진 김민석 김삼수 김상근 김상일 김성옥 김예준 김윤희 김정호 김진영 김태천 김화순 문민성 박건우 박경희 박애선 박찬희 박홍선 반규민 반종현 서윤선 서철배 손태경 신은정 안보윤 안영숙 오정진 우순화 우철규 윤상홍 윤초원 이성찬 이운대 이원형 이재민 이준승 이진주 이천성 장문희 장수린 장예린 전병옥 조경희 조규태 조서연 조영식 조예성 조현석 지호열 차빛나 최경철 하영진 각 1만원 ▷서제원 5천원 ▷이장윤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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