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의 음식 이야기] 겨울철 보양간식 귤

해마다 이 무렵이 되면 손톱 밑을 노랗게 물들이며 까먹었던 귤이 생각난다. 따뜻한 아랫목에 두툼한 이불을 덮고 누워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귤을 까먹으면서 느꼈던 행복감은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엄마는 가족들을 위한 비타민 보충용으로 한 상자의 귤은 사주셨던 걸로 기억이 된다. 지금은 흔한 과일이지만 그땐 모든 게 부족했던 시절이어서 그런지 귤 또한 귀한 간식이었다.

귤은 품종에 따라 온주밀감과 만감류로 분류되는데 우리가 많이 먹고 있는 귤이 온주밀감이다. "온주"는 중국 절강성의 최대 귤 생산지인 온주의 이름에서 따왔고 우리나라는 1911년 천주교 신부가 일본에서 선물 받은 것에서 유래되었다. 최근에는 한라봉, 천지향,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 청견등 교배를 통해 재배된 만감류가 생산되고 있어 골라 먹는 재미도 커졌다.

비타민C가 사과의 8배 이상 함유되어 있어 감기 예방에 좋다는 겨울철 보양 간식 귤~!! 우리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허기진 겨울밤을 든든히 채워줄 귤 이야기. 귤은 아열대성 작물로 원산지는 인도이며 고대부터 중국 양쯔강 상류와 히말라야 동부에서 재배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에서 재배하고 있다.

귤의 단맛성분은 대부분이 과당, 포도당, 설탕이며 신맛은 구연산(citric acid)이 담당하고 있다. 구연산은 물질대사를 촉진해서 피로를 풀어주고 피를 맑게 해준다. 그래서 피부 미용에 좋다. 귤에는 무기질은 적고 주로 비타민C가 많이 들어있어 하루 한두 개만 먹어도 필요량을 충족할 수 있다. 비타민C는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므로 겨울철 감기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귤에는 헤스페리딘이라는 비타민P 성분도 들어있는데 이는 콜레스테롤의 함량을 떨어뜨리고 혈관의 저항성을 증가시켜 고혈압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미성숙한 귤은 단맛보다 신맛이 강하지만 익어가면서 당분의 함량이 높아지고 신맛은 줄어든다. 간혹 귤을 먹기 전 손으로 주물러 먹으면 단맛이 더 증가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이다.

귤을 만지고 주무르면 에틸렌 성분이 분비되며 주무르는 것에 귤이 스트레스를 받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에틸렌을 분비한다. 에틸렌 성분은 귤의 숙성을 유도하고 귤의 당도는 상승하게 되어 신귤이 달게 변하게 된다. 때론 귤을 얇게 잘라 타지 않을 정도로 구워 먹어도 더 달게 먹을 수 있다. 이는 귤을 구우면 수분이 날아가서 단맛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맛있는 귤을 고르기 위해서는 윤기가 덜 나고 약간의 흠집도 있으면서 가무잡잡한 점들이 있는 것이 좋다.

또한 중간 정도의 크기에 꼭지가 과육에 파랗게 붙어있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귤을 보관할 때는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두는게 좋다. 습도가 너무 높으면 푸른곰팡이 등이 발생해 부패가 일어나고 너무 건조하면 신선한 맛이 사라진다. 따라서 신문지 등으로 귤을 감싸서 보관하면 수분이 유지되어 신선한 맛의 귤을 즐길 수 있다. 귤을 보관할 때 곰팡이가 핀다면 즉시 버려야 한다.

감귤에 자주 피는 곰팡이는 두드러기, 발진 등의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맛도 좋고 영양상으로 우수한 귤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궁합에 맞는 식자재와 함께 요리해 먹는 것이다. 몇 가지 조리 방법을 소개해 보겠다. 첫 번째가 귤 물김치다. 배추와 무를 나 박 썰어 소금에 살짝 절이고 미나리, 홍고추, 마늘, 생강은 곱게 채를 썬다. 여기에 귤의 속을 알알이 떼어내 모두 섞어서 버무린다.

국물은 일반 물김치 담글 때처럼 맑은 풀을 쑤어 간해서 붓는다. 이때 철분이 풍부한 브로콜리를 함께 넣으면 음식궁합이 좋다. 두 번째는 귤병 편이다. 귤은 껍질째 얇게 저며 곱게 채를 썬다. 채를 썬 귤을 설탕에 졸인 뒤 멥쌀가루를 섞어 켜켜이 고물을 얹어 시루에 찐다. 귤병 편에 호두를 함께 섞으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어 감기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한 호두의 텁텁함을 상큼한 귤이 완화해 주므로 맛의 궁합이 좋다.
겨울철 간식으로만 여겼던 귤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니 조선 시대 궁중의 진상품으로 바쳐졌을 이유가 충분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알았다면 당장 손톱 끝에 노란 물을 들이며 겨울철 별미를 즐겨보자, 추위가 다 가기 전에...

노유진 푸드스토리텔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