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이를 넘어 다 함께' 대구 신당초교 3학년 2반 아이들의 즐거운 학교생활

학급 14명 중 12명이 다문화가정 아이들
부모 나랏말 배우기 등으로 이해 폭 넓혀
날개 친구 활동은 전학 온 학생 적응 돕기

신당초교 3학년 2반의
'이곳은 작은 지구촌' 대구 신당초교 3학년 2반 학생들 모습. 2반 학생 14명 가운데 12명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다. 여기선 편견과 갈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이들은 한데 어울려 돕고 이해하면서 즐거운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신당초교 제공

틀린 게 아니라 조금 다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식은 함께 어울리며 배려하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다문화 가정과 그곳 출신 아이들 얘기다. 다문화 가정을 접하는 게 낯설지 않은 시대다. 하지만 차별과 편견은 남아 있다. 다문화를 두고 '다양한' 문화가 섞인다는 게 아니라 나와 '다른', 그래서 '낯설고 경계할' 부분이라는 시각이 그렇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다. 우리말이 익숙하지 않으면 학습 장애로 이어지고, 그러다 보면 친구들로부터 소외되기도 한다. 그런 일은 마음 속 상처로 오래 남는다. 그래서 대구 신당초등학교(교장 정은순) 3학년 2반 이야기는 더욱 눈길을 끈다. 출신과 쓰는 말을 떠나 마음의 문을 연 꼬마들의 사연은 작지만은 않은 울림을 준다.

◆9개 나라 출신 아이들이 어우러진 학급

너민(왼쪽)이가 미쉘의 공부를 도와주고 있는 모습. 신당초교 제공
신당초교 3학년 2반의 '5분 모국어 알리기 시간' 운영 풍경. 신당초교 제공

"타 워너드르 요 히쯔 밴 외?(Та өнөөдөр юу хийж байна вэ?)"

대구 신당초등학교 3학년 2반 교실에서 어느날 아침 들려오는 목소리다. 이 말은 몽골어로 '너 오늘 뭐 하니?'라는 뜻이다. 그 설명을 덧붙이는 건 너민 양. 다문화 가정(몽골) 학생이다. 다른 아이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너민 양의 발음을 따라 해본다. 그러던 중 아민 군이 한 마디 툭 던진다. "우즈베키스탄 말로는 '느마 크랴스(Nima qilayapsiz)인데?"

이곳 3학년 2반은 '작은 지구촌'이다. 2반 아이들은 모두 14명. 이 중 부모 모두 한국인인 아이는 2명 뿐이다. 다른 아이들은 부모 중 1명 또는 모두 다른 나라 출신이다. 2반 아이들은 한국에다 캄보디아, 몽골, 방글라데시, 베트남, 중국, 일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까지 모두 9개 나라 출신 부모를 뒀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만큼 거리감이 더 느껴질 수도 있는 일. 처음 만난 아이들이 가까워지게 할 방법이 필요했다. 2반 담임인 서재동 교사는 1학기 때 얼굴을 맞댄 아이들이 '어버이 나라' 언어로 인사하는 방법을 익히게 했다. 몽골어 인사를 배운 날이면 그날은 다들 몽골어로 인사하는 식이다. '세계 인사 배우기'라 이름붙인 활동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한 반 친구가 됐다.

2학기 들어 '세계 인사 배우기 시간'은 '5분 모국어 알리기 시간'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돌아가면서 부모 나라 언어를 가르치고 배웠다. 서로를 이해하고 부모 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다.

몽골 출신 부모를 둔 아노징 양도 교실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한국어 말고도 부모님 나라의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러워요. 다른 친구들 나라의 말을 배우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런 걸 보면 우리 반 친구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서재동 교사는 아이들의 마음이 성장한 걸 실감한다. "짧지만 이중 언어를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시간을 통해 아이들이 유대감을 갖게 됐어요. 다른 문화를 포용하는, 열린 마음도 키울 수 있었고요. 다문화 가정 학생이 많은 학급은 이런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합니다."

◆문화적 배경 달라도 잘 어울리는 아이들

신당초교 3학년 2반 대표들. 남부회장인 아민 군, 회장인 조부건 군, 여부회장인 너민 양(왼쪽부터). 신당초교 제공
너민(왼쪽)이가 미쉘의 공부를 도와주고 있는 모습. 신당초교 제공

3학년 2반 아이들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졌지만 즐겁게 어울린다. '날개 친구 활동'도 그런 사례다. 서재동 교사에 따르면 이 활동은 한국으로 전학 온 다문화 가정 친구가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아이들과 머리를 맞댄 끝에 생각해 낸 것이다.

지난달 중순 몽골 출신 미쉘 양이 전학왔다. 부모 모두 몽골사람이어서 한국 문화가 더 낯선 상태였다. 아이들은 다들 돕겠다고 나섰다. 결국 회의까지 연 끝에 왼쪽 날개는 몽골과 한국 양쪽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너민 양, 오른쪽 날개는 김가은 양이 맡기로 했다.

너민 양은 수업 내용, 학급과 학교 규칙을 몽골어로 알려주고 교과서도 번역해줬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꼬마 통역사가 됐다. 가은 양은 교과실, 특별실 등 학교 구조를 알려주고 이동 수업이 있을 때면 미쉘 양을 챙겨 함께 다녔다.

미쉘 양도 친구들이 든든하다. "양쪽 날개 친구들이 생겨서 정말 행복하고 즐거워요. 내게 천사와 같은 날개를 달아준 우리 반 친구들이 참 고맙습니다." 미쉘의 어머니 제메크 씨도 마음이 놓인다. "아이가 한국어를 잘 몰라 걱정이 되고 막막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친구들 도움으로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 안심이 됩니다. 기쁘기도 하고요."

서로를 존중하고 다양함을 이해하는 마음은 학급 선거에서도 드러났다. 2학기 선거에서 회장이 된 조부건 군의 공약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문화의 차이로 실수할 때 이해하고 알려주는 반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여부회장이 된 너민 양은 '상대방의 나라를 존중하는 학급'', 남부회장으로 선출된 아민 군은 '다른 생각을 이해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학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신당초교 3학년 2반 대표들. 남부회장인 아민 군, 회장인 조부건 군, 여부회장인 너민 양(왼쪽부터). 신당초교 제공

아이들을 지켜보는 서재동 교사는 뿌듯하다. "날개 친구가 아니어도 아이들은 서로 나서서 미쉘을 도왔어요. 그런 생각이 참 기특합니다. 선거 공약을 보면서도 아이들 마음 속에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이해하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수업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알아보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더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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