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군 마이산 탑사.
손이 곱고 발이 시린 영하 10℃ 겨울 아침,
줄지어 선 돌탑 앞에서 밤을 지센 정화수
꽁꽁 언 얼음 위로 역고드름이 솟아올랐습니다.
저마다 처음 본다며 눈을 떼지 못합니다.
우뚝한 바위 봉우리, 지천으로 쌓은 돌탑.
더 신비한 건 유독 이곳에서 잦은 역고드름입니다.
난데없이 고드름이 거꾸로 자라오르다니….
알고보니 이곳의 절묘한 지형조건, 자연이 만든
신비한 예술품, 그것은 과학이었습니다.
일찍이 '발리'와 '도시'라는 과학자가
기이한 이 현상에 호기심이 발동해 1921년
'발리-도시 이론'으로 그 생성 비밀을 풀었답니다.
물이 얼면서 커진 내부 압력에 살얼음 아래 물이
표면을 박차고 나오면서 얼어 생기는 현상이랍니다.
초저녁, 돌탑 아래 곳곳에 놓인 정화수는
밤 기온이 떨어지면서 금새 바닥에서 표면까지
사방에서 가장자리부터 얼어붙었습니다.
"탁 탁 타닥" 얼음 터지는 소리가 밤을 갈랐습니다.
모두 꽁꽁 얼고, 딱 한곳에서 저리 솟았습니다.
표면의 약한 숨구멍으로 솟아오른 물이
찬 기온에 가장자리가 얼면서 대롱관을 만들고
그 속으로 물이 밀려올라와 자라는 역고드름.
얼음 기둥엔 팽창 압력에 물이 중력을 거슬러 오른
생생한 흔적, 기포 방울이 오롯이 남았습니다.
너무 춥거나 바람이 거세면 아예 자취를 감추고,
자라다가도 멈춘다고 합니다. 주지 진성 스님은
"동서로 솟은 마이산, 남북으로 터진 지형 조건으로
기류가 잘 돌아, 기온이 급하강하는 날 한두 곳에서
이 같은 역고드름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자연의 섭리는 너무나 위대하고 오묘해서
뜨거운 힘으로 용암을 분출해 화산을 올리고,
차가운 힘으론 이렇게 역고드름을 세웠습니다.
뜨거운 가슴, 차가운 이성이면 두려울 게 없습니다.
새해, 마음을 다잡게 하는 역고드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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