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한국국학진흥원 '경북 선비아카데미' 강연장. 특강에 나섰던 손병희 이육사문학관장은 강의 과정에서 '육사'(陸史)라는 전서체(篆書體)가 선명한 '인장'이 새겨진 책과 책 속에 남아있는 '서명'(사인) 사진을 보여주면서 "해독할 수 없어 아쉽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이 때 강의실 한 쪽에서 중년의 한 남성이 손을 들고 "사진을 다시 보여달라"고 했다. 안동지역 법무사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던 아카데미 수강생 정성훈(58) 씨는 곧바로 "이육사 선생의 사인이 맞다"고 단언했다.
숱한 한글학자와 연구가들이 인장을 통해 이육사 선생의 책인 것을 알면서도 남겨진 정체불명의 서명을 두고 누구의 것인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등을 연구했지만 알 수 없었던 비밀이 한순간에 풀리는 순간이었다.
정성훈 씨는 "사인을 뒤집으면 한자로 '이활'이다. 이육사 선생의 또 다른 이름이다"고 한 것. 손 관장과 수강생들은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이육사가 자신의 다른 이름인 '이활'(李活)을, 뒤집어 보아야 알 수 있도록 썼다(미러 라이팅·mirror writing)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정성훈 씨는 "고등학생 시설부터 역사에 대해 관심이 컸다. 당시 멋으로 나만의 사인을 만드는게 유행이던 시절, 나도 한자 이름을 뒤집어 사인을 만든 경험이 있다. 반전이다"고 했다.
이육사 순국 후 78년, 이육사 출생 후 118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마침내 '사인'의 주인이 '이육사'임이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다. 이육사문학관은 지난 16일 순국 78주기 추념식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정체불명의 사인은 이육사가 소장한 책으로 알려진 일본어 책, '예지와 인생'(叡智と人生) 속표지에 남겨진 것이다. 이육사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어, 이 책의 주인이 이육사임을 알려주면서도 영문자처럼 보이는 '사인'을 연구자들조차 해독할 수가 없었다.
한편, 이육사문학관은 문화체육관광부, 경상북도, 안동시의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3년동안 '이육사 기록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긴다. 이육사사전, 이육사전집, 단행본 이육사 시리즈 발간을 포함한 이육사아카이브 구축, 이육사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이 중심이다.
이 사업을 통해, 이육사에 관한 모든 정보와 자료를 집대성해 이를 디지털화하고, 동아시아(유라시아) 지성사와 문학사의 지평 속에서 이육사를 새롭게 조망함으로써 이육사의 세계사적 의의를 제대로 평가하고 확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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