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국민 안보 사기극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2차 대전 직전 프랑스 군사력 특히 육군의 전력은 세계 1위였다. 반면 나치 독일의 군사력은 베르사유 조약을 파기하고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으나 프랑스에 비할 바가 못 됐다. 그러나 프랑스는 독일에 단 6주 만에 항복했다. 그 근저에는 무조건 전쟁은 안 된다는 '자멸적 평화주의'가 있었다.

이를 압축해 보여주는 것이 철학자 시몬 베유의 행적이다. 그는 독일의 침략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 "독일의 헤게모니가 프랑스의 헤게모니보다 더 나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베유가 이런 말을 한 지 2년 뒤 나치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했다. 베유는 나치의 헤게모니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깨달았다. 베유는 기독교를 믿는 유대인이었다. 독일 점령하 유대인의 비극적 운명을 피하려고 영국으로 망명했다가 1943년 그곳에서 객사(客死)했다. 자멸적 평화주의에서 간디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히틀러가 체코슬로바키아의 독일인 다수 거주 지역인 주데텐란트만 독일에 할양(割讓)하기로 영국·프랑스와 합의한 뮌헨 협정을 어기고 체코슬로바키아 전역을 점령하자 체코인들에게 "저항하지 말고 집단 자살하라"고 했다. 그것이 전쟁을 막는 데 더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유대인에게는 나치에 저항하지 말고 학살의 현장으로 조용히 걸어가라고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학살자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는 소리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안보 공약을 비판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딱 그 꼴이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에 대해 "전쟁이 나면 죽는 건 청년들"이라며 "수백만이 죽고 다친 후 이기는 것보다 지난할지언정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노력이 훨씬 중요하다"고 비난했다.

전형적인 속임수다. 사드 추가 배치가 전쟁을 야기하는 것처럼 호도한다. 사드는 방어 무기다. 방어력을 강화하면 전쟁 억지력은 그만큼 높아진다. "전쟁이 나면 죽는 건 청년"이란 말은 더 가증스럽다. 군 장병 등 청년의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대국민 안보 사기극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청년만 노리지 않는다. 남한 전역의 모든 국민이 타깃이다. 그리고 평화를 만들고 지키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말로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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