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대재해법·오미크론' 엎친데, 원자잿값 덮치고

“매 순간이 시험대” 지역 경제계가 한 치도 방심할 수 없는 살얼음판
안전 관리자 고용 여력 없고, 확진 나와 생산 멈출까 걱정
원유·광물 가격 잇단 오름세…"2, 3차 협력사가 더 치명적"

대구 한 백화점의 직원 식당 모습. 심헌재 인턴기자
대구 한 백화점의 직원 식당 모습. 심헌재 인턴기자

지역 경제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설 연휴 첫날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을 첫 사례가 나오는가 하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도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원자잿값도 기업에겐 큰 부담이다.

◆삼표산업 사태에 지역 산업계 '초긴장'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서 토사가 붕괴돼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상시 근로자가 900명이 넘는 삼표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데다 사망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첫 번째 중대재해법 적용 사례가 나오면서 지역 산업계는 '다음 차례는 내가 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도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양새다.

대구의 A 건설사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안전관리본부를 신설하고, 안전 컨설팅 업체를 통해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는 중이다.

A사 관계자는 "1호 대상자가 되지 않기 위해 지역의 많은 건설사들이 현장을 쉬며 몸을 사렸었다"며 "현장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 잘못되면 사업주에 대한 처벌로 이어지니 큰 부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우엔 돈과 인력이 필요한 대응은 시도조차 못 하고 '궁여지책'만 내놓는 실정이다.

경북 고령의 중소기업 B사 대표는 "전문가를 고용할 여건이 안 돼 내가 회사의 안전관리자 겸 보건책임자를 맡고 있다"며 "법을 만들고 그냥 던져 놓을 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은 매 순간이 감당키 힘든 시험대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오미크론 대확산…"회사는 지켜야"

기업들은 오미크론 변이 사내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원천적으로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제조기업들은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 생산라인이 멈추는 최악의 경우를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걱정이 크다.

지역 제조업체 관계자는 "백신 3차 접종을 완료한 밀접접촉자는 자가격리가 면제되지만, 불안한 마음에 자가격리를 할 수밖에 없다. 소규모 회사니 확진자가 몇 명만 나와도 생산라인이 마비가 된다"며 "최근 확진자 폭증을 보면 겁이 난다. 자칫 운이 없으면 회사 문을 닫을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많은 종업원들이 근무하고 방문객들의 유입이 잦은 백화점도 갖은 수단을 통해 방역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확진자를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 전 직원들에게 자가진단키트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대구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밀접접촉자가 되거나 코로나 확진이 되면 회사로 먼저 알리라고 말한다. 방역당국의 알림보다 빠르게 사내에서 조치하는 편"이라며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고객들에게 알려 추가 확산 방지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원가 반영 어려워"

에너지와 원자잿값 부담도 산업계에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2.28% 급등한 배럴당 90.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종가 기준 90달러를 넘은 건 지난 2014년 10월 이후 7년3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원유 수입을 100% 대외에 의존하는 국내에선 유가 급등이 고스란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6% 급등해 100만BTU(열량 단위)당 5.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광물 가격도 오름세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1월 t당 100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21일 기준 137달러까지 올랐다.

지역 기업들은 이 같은 원자잿값 상승에 대해 마땅한 대안을 찾기 못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1차 부품 협력사인 C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끝도 모르고 오르는 원자재 가격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비용 상승의 대부분을 하청이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2차, 3차 협력사로 내려갈수록 이런 문제가 더 치명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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