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네 병·의원 "7일째 차출 운영…언제까지 버틸지"

오미크론 폭증에 검사 몰리는데 인력은 부족…지쳐가는 호흡기전담클리닉
시민들 "춥지만 접촉 걱정돼 병원 밖에서 대기"
병원 "클리닉 운영 기간 알 수 없어…인력 충원 어려워"
정부 발표한 진료비 실제와 차이 있어 혼란

9일 오전 대구 시내 한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9일 오전 대구 시내 한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9일 오전 대구의 한 호흡기전담클리닉. 방호복, 고글, 장갑을 착용한 직원들이 마이크로 이름을 부르면 대기하던 시민들이 차례로 검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병원 측이 검사 후 대기하는 시민들을 위해 텐트를 설치했지만 좁았고, 감염 우려로 이곳에서 대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루 평균 검사자 수만 100~120명이 되는 이 병원에서는 검사를 받기까지 30분 정도가 걸렸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도 20~30분 더 걸렸다. 이 때문에 병원을 찾은 시민들은 병원 밖에서 1시간 정도 대기한 후에야 이곳을 떠날 수 있었다.

이 병원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40) 씨는 "업무차 들리는 행사에 음성확인서를 가져가야 한다고 해서 왔다. 선별진료소는 확진자 방문이 많은 것 같아서 집에서 가까운 호흡기전담클리닉으로 왔는데, 역시 대기하는 사람이 많다"며 "춥지만 확진자와 접촉할까 봐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 병·의원이 코로나 진단·치료에 참여하는 '오미크로 대응 체계'를 시작한 지 7일 차를 맞은 9일 대구의 호흡기전담클리닉들은 몰려드는 인파로 북적였다. 오미크론 폭증세가 본격화되면서 병·의원 직원들은 부족한 인력으로 몰려드는 시민들을 상대하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 호흡기전담클리닉 관계자는 "방역 지침이 계속 바뀌고 호흡기전담클리닉 운영 기간이나 방문자 수 등을 예측할 수 없어 섣불리 추가 인력을 채용하기 힘들다"며 "현재 검체 채취 인력은 전담 직원이 맡고 있지만 밖에서 검사를 안내하거나 관리하는 인력은 병원 내 각 부서에서 교대 근무로 1명씩 차출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호복, 고글, 장갑, 손소독제 등은 지원을 많이 해 주지만 공간 소독을 위한 분무식 알코올 소독제는 지원이 되지 않아 병원이 자체적으로 구입해 사용한다"며 "지원받는 마스크 역시 착용이 불편해 병원에서 마련했다"고 밝혔다.

다른 의원 관계자는 "검사 결과를 검사자에게 문자로도 보내야 하고, 음성확인서 등의 서류도 발급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 기존 직원들이 이런 업무를 봐야 해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9일 오전 대구 시내 한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진료와 신속항원검사 등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9일 오전 대구 시내 한 호흡기전담클리닉이 진료와 신속항원검사 등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진료비를 둘러싼 마찰에 대한 고충도 나왔다. 애초 정부는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면 진료비가 5천원 정도 나온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증상자의 경우 검사와 진료비를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해 4만~5만원의 비용이 든다.

한 호흡기전담클리닉 관계자는 "정부가 신속항원검사 진료비를 5천원이라고 홍보하는 바람에 생기는 갈등이 가장 불편하다. 초반에 환자와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애초에 본인 부담금을 알려드린 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선별진료소로 보내고 있다"고 했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진단·검사에 참여할 의료기관 확보 속도가 폭증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참여 병원에 재정, 인력 등 지원책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며 "잦은 방역 지침 변경으로 현장에서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폭증세가 더 커지기 전에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