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尹의 원론적 ‘적폐 수사’ 언급에 반발하는 文, 제 발이 저렸나

문재인 정권의 적폐 수사를 해야 한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언급에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참모회의에서 "(윤 후보가)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에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며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 대상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윤 후보를 '정치 보복 프레임'에 가두려는 정략적 발언이다. 윤 후보는 문 정권을 근거 없이 적폐 수사 대상으로 몰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 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는 원론적 대답을 한 것뿐이다.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은 법률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법 앞에서의 평등' 원칙을 말한 것이다. 이 원칙에서 문 정권도 예외일 수 없다.

윤 후보는 문 정권 적폐 수사에 대해 "대통령은 관여 안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 점에서 "기획 사정으로 없는 적폐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인가"라는 문 대통령의 말은 참으로 부적절하다. 없는 적폐도 만들어 낸 것은 바로 문 정부였다. 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제1호가 적폐 청산이었다. 청와대 지시로 20곳 가까운 정부기관이 적폐 청산 TF를 만들었고 여기서 수사 대상을 뽑아 검찰에 넘겼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김학의 법무부 차관 동영상, 고 장자연 씨 사건 등 구체적인 사건을 적시하며 철저 수사를 지시했다. 이런 적폐 수사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포함해 1천 명 이상이 수사를 받았고 이 중 200여 명이 구속됐으며 이재수 기무사령관 등 5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분노'와 '사과 요구'는 적반하장이다. 윤 후보는 청와대와 여당의 반발에 "스스로 생각하기에 문제가 될 게 없으면 불쾌할 일이 없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제 발이 저렸나'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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